<앵커 멘트>
한 작은 습지가 알고보니 7천년 된 한반도 생태계의 비밀을 품고 있었습니다.
흙 속에 꽃가루, 씨앗이 화석 상태로 켜켜이 쌓였습니다.
용태영 기자입니다.
<리포트>
한반도 해안사구 가운데 가장 큰 규모인 신두리 사구, 그 모래 언덕 뒤에 습지가 있습니다.
갈대와 마름 같은 습지 식물 생태계와 경관이 옛 모습 그대로를 간직해 습지 보호구역으로 지정된 곳입니다.
<인터뷰> 김윤미(환경과학원 연구원) : "사구 배후습지 자체도 많지 않고, 배후 습지 자체가 이렇게 훼손되지 않고 원형을 유지하고 있는 것은 더더욱 보기 어렵다고 할 수 있습니다."
습지 아래 흙을 채취한 결과 한반도 7천년의 비밀이 드러났습니다.
그 오랜 세월 동안 쌓여온 1.5미터의 퇴적토에서 꽃가루와 씨앗들이 발견된 겁니다.
꽃가루를 분석한 결과 7천 년 전부터 4천 년까지는 활엽수가 많았고, 천 년 전까지는 침엽수가 서서히 늘다가, 그 뒤부터 갑자기 침엽수가 급증했습니다.
따뜻한 날씨가 한랭한 기후로 변했고 근세에 사람들이 소나무를 많이 심은 것으로 추정됩니다.
수천 년 된 이 씨앗들을 다시 싹 틔우는 연구도 진행중입니다.
<인터뷰> 최광희(환경과학원 연구원) : "하나의 커다란 시료은행이라고 할 수 있습니다. 이 안에는 꽃가루와 조개, 곤충 이런 화석들이 무궁무진하게 묻혀 있을 수가 있고요."
과거 기후변화와 해수면 변동까지 밝혀져 현재의 기후변화에 대한 적응 전략 수립에도 도움을 줄 수 있습니다.
습지 퇴적층에 대한 연구는 이제 시작단계입니다. 연구에 따라서는 생각지도 못했던 한반도의 비밀이 드러날 수도 있습니다.
KBS 뉴스 용태영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