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앵커 멘트>
1972년 세상을 떠들썩하게했던 이른바 '파출소장 딸 살해사건'의 살인자로 지목돼 옥살이까지 했던 70대 노인이 뒤늦게 억울함을 풀었습니다.
무려 사건 발생 39년만입니다.
황진우 기자가 보도합니다.
<리포트>
1972년 9월, 강원도 춘천의 논두렁에서 숨진 10살 여자 아이가 발견됩니다.
파출소장의 딸로 성폭행까지 당한 걸로 알려지면서 당시 사회는 큰 충격을 받았고 내무장관은 시한부 검거령까지 내립니다.
<인터뷰>정원섭(목사/당시 용의자) : "10월 10일까지 잡아라, 그 때까지 못잡으면 수사 관계자들을 문책하겠다."
검거시한에 맞춰 경찰이 발표한 용의자는 동네 만화가게 주인, 경찰은 자백을 받아냈다고 밝혔습니다.
결국 무기징역을 선고받고 15년을 복역한 정원섭 씨는 출소뒤 다시 억울함을 호소하고 나섰지만 소용이 없었습니다.
다시 20년이 지난 2007년, 진실 화해를 위한 과거사정리위원회는 사건이 조작됐다는 조사 결과를 발표했고, 정 씨는 재심 청구를 통해 대법원에서 무죄를 확정받았습니다.
장관 검거령에 쫓긴 경찰이 무리한 수사를 진행했고, 정씨가 고문 등 가혹행위를 못이겨 허위로 자백한 것으로 보인다는 겁니다.
<인터뷰> 홍동기(대법원 공보관) : "가혹행위로 자백을 하였고 그런 심리상태가 유지된 상태에서 검사 앞에서 자백을 하였다면 그 검사 앞에서의 자백은 증거로 삼을 수 없다는 판결입니다."
39년이 지나 어느새 팔순을 눈앞에 둔 정씨는 이제 옛일을 용서한다면서, 다시는 예전의 일이 반복되지않기를 바란다는 소회를 밝혔습니다.
<인터뷰> 정원섭(목사/당시 용의자) : 용서를 하되 명예롭게 용서하기 위해서 재심을 청구했노라고/너무 늦게 찾아오기는 했지만 사필 귀정이지요."
KBS 뉴스 황진우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