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화장실에 들어가서 나오지를 못하더라고요."
프로농구 고양 오리온스 추일승 감독은 28일 고양실내체육관에서 열린 2011-2012 KB국민카드 프로농구 정규리그 서울 SK와의 경기를 앞두고 걱정을 늘어놓았다.
팀에서 차지하는 비중이 매우 큰 크리스 윌리엄스가 26일 안양 KGC인삼공사전부터 장염 탓에 설사를 계속하고 있어 컨디션이 좋지 않다고 했다.
"KGC인삼공사 전에서 마지막 중요한 리바운드를 놓친 것도 장염 탓이 컸다"는 것이 추 감독의 말이었다.
개막 후 1승도 올리지 못하고 6연패에 빠져 있는 오리온스로서는 윌리엄스의 장염에 속만 타들어갈 뿐이었다.
그러나 경기가 시작되자 윌리엄스는 언제 아팠느냐는 듯이 코트를 누비며 27점을 넣고 리바운드 9개, 어시스트 10개를 기록하며 팀의 80-78 승리를 이끌었다.
경기 종료 2분여를 남기고 5반칙으로 물러나지 않았다면 23일 창원 LG전에 이어 시즌 두 번째 트리플더블을 기록할 기세였다.
윌리엄스는 경기가 끝난 뒤 "그동안 접전을 벌이다 진 경기도 많아 아쉬웠지만 일단 첫 승을 거둬 기쁘다"고 말했다.
오리온스 국제 업무를 담당하는 오경진 씨는 "오늘도 화장실에 들락거리느라 볼 일을 못 볼 정도였다. 음식도 제대로 먹지 못하는 등 훈련에도 빠져야 했다"고 귀띔했다.
이번 시즌 윌리엄스는 득점 2위(27.4점), 어시스트 3위(6개), 가로채기 1위(2.6개) 등 거의 전 부문에서 상위권에 올라 있다.
체력 저하를 우려하는 말에 그는 "내가 모든 것을 해야 한다는 생각보다는 팀원 모두가 하나로 뭉쳐 열심히 수비를 해 이기는 것이 중요하다. 오히려 리바운드가 아직 미흡한 것 같아 더 열심히 하려고 노력 중"이라고 답했다.
2006-2007시즌 울산 모비스에서 뛰면서 팀을 통합 우승으로 이끌었던 윌리엄스는 '이번 시즌 외국인 선수 가운데 자신의 최고라고 생각하느냐'는 물음에는 "당연히 그렇다"며 자신감을 내보였다.
그는 "어떤 선수든지 그런 물음에는 똑같이 대답할 것"이라며 "선수라면 그런 자신감이 있어야 한다"고 강조했다.
5년 만에 국내 무대에 돌아와 변함없는 기량을 뽐내고 있는 윌리엄스는 "특히 우리 팀의 감독이 매 경기 새로운 수비와 전술을 들고 나오기 때문에 선수단의 단결력이 뛰어나다. 이런 것들이 앞으로 팀의 강점으로 작용할 것"이라고 말했다.
이번 시즌 오리온스 지휘봉을 잡아 첫 승을 신고한 추일승 감독은 "그동안 우리 팀이 연패 중이었지만 내용이 그렇게 나쁘지 않았고 수비도 준비한 대로 된 부분이 있었다. 시간이 갈수록 우리 팀의 재산이 될 것"이라고 남은 경기에서 대반격을 예고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