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슈&뉴스] 악취에 불편까지…“가로수를 바꾸자”

입력 2011.11.01 (22:04)

수정 2011.11.01 (22:15)

<앵커 멘트> 



저는 지금 어린이대공원에 나와 있습니다.



이곳은 노란 옷으로 갈아입은 은행나무들로 황금빛으로 변했는데요,



떨어지는 은행잎을 보니 어느덧 11월로 접어들면서 깊어가는 가을의 정취를 더 흠뻑 느낄수가 있습니다.



하지만 여기 와 보니 은행나무 가로수가 꼭 좋은것만은 아닌데요,



바로 이 은행나무 열매에서 나는 고약한 냄새때문입니다.



먼저 어느 정도인지 김학재 기자가 전합니다.



<리포트>



"길을 가다 은행나무 아래 멈춰 섰다. 떨어진 노란 잎 하나 주워 들자 손끝에 찌릿하게 전해 오는 전기, 가을이 지는 신호다."



애틋한 옛 추억을 되새기게 하는 은행나무. 하지만...



<녹취> "화장실 냄새같은거요?"



<녹취> "냄새가 좋지는 않은데...."



바로 은행 열매가 풍기는 악취때문입니다.



<인터뷰>이보슬(서울 도림동) : "하이힐 같은것 신으면 공간이 좁으니까 미끄러지기도 하고..."



이래저래 불편한 은행 열매는 해롭기까지 합니다.



<인터뷰>김선희(농학박사) : "나쁜 냄새뿐만 아니라 피부에 닿았을때 접촉성 피부염을 일으킬수 있는 독성물질이기때문에 (해롭습니다.)"



쓸어도 쓸어도 없어지지 않는 은행 열매들...



장대와 사다리가 동원됐던 수거작업에는 이탈리아에서 들여온 올리브 따는 기계까지 등장했습니다.



털고 모으고 치우고, 매년 반복되는 불편과 번거로운 수거작업때문에 가을의 정취는 잠시,,



은행나무가 골칫거리가 되고 있습니다.



<앵커 멘트>



이런 은행나무가 서울시내 가로수로만 11만 그루가 있습니다.



가로수 10그루중 4그루는 은행나무라는 얘긴데요.



디지털 스튜디오에서 있는 김학재 기자 나와주세요.



<기자 멘트>



은행나무.. 영화로도 소개된 적이 있었죠.



은행나무는 5600만 년 전 공룡시대 때부터 지금까지 살아남아 ’살아있는 화석’이라고 불릴 정도로 생명력이 뛰어납니다.



전국에는 100만그루가 심어져 118만 그루인 벗나무 다음으로 많은데요,



하지만 수나무와 암나무로 나눠진 은행나무는 암나무에서만 열매가 맺기때문에 각 지자체들은 악취를 풍기는 암나무를 없애거나 아예 심지 않을 계획입니다.



또 전국적으로도 수종을 다양화하기위해 은행나무 대신 벗나무나 플라타너스, 이팝나무 등을 집중적으로 심고 있는데요,



외국에서는 일찌감치 도시 경관과 환경을 고려해 가로수 수종을 엄선하고 있습니다.



파리의 이충형 특파원이 전해왔습니다.



<리포트>



전세계 관광객들을 불러 모으는 파리의 상징.



개선문에서 부터 2킬로미터에 이르는 샹젤리제 거리에 마치 열병을 하듯 플라타너스 나무가 줄지어 섰습니다.



가을이 깊어지면 낙엽이 뒹구는 거리를 걸으며 사람들은 저마다 낭만적인 분위기에 맘을 빼앗깁니다.



<인터뷰>로베르토(이탈리아 관광객) : "제가 갖고 있던 모든 기대들이 채워졌어요. 정말 환상적인 거리이고 즐길수 있는 곳입니다."



조경적인 아름다움 뿐 아니라, 환경 개선 효과도 큽니다.



플라타너스 한 그루는 성인 4명이 하루에 호흡할수 있는 산소를 뿜어내 탁월한 대기정화 능력을 자랑합니다.



가로수를 따라 사람들이 걷고 생활하고, 즐기는 공간으로서 거리는 살아 숨쉬고 있습니다.



<인터뷰>로랑(프랑스 변호사) : "모든 종류의 사람들을 만날수 있어요.관광객,젊은이,레스토랑,진정 삶이 있는 곳..



찬 바람이 불면, 샹젤리제의 밤 하늘엔 화려한 빛의 경연이 펼쳐집니다.



사시사철, 새로운 모습으로 변신하는 가로수 거리는 도시의 가치를 빛낼 뿐 아니라, 인간의 삶에 풍요로움을 선사하는 청량제가 되고 있습니다.



<기자 멘트>



우리나라에서도 가로수 하나를 잘 심어 관광 명소가 된 도시들도 있는데요,



하지만 지역적 특성을 고려하지 않고 무작정 따라하다가는 낭패를 볼수 있습니다.



박석호 기자가 취재했습니다.



<리포트>



천천히 걸어오라고 손짓을 하듯, 사람들 머리 위로 가지를 뻗었습니다.



1970년대에 심어져 이제 40년 가까이 자란 메타세쿼이아.



건강하고 기품 있는 모습 덕분에 평범한 시골길은 명소가 됐습니다.



<인터뷰>장복남(경남 거제시) : "건강해진 것 같아요, 기분이. 지금 이 나무가 향기가 너무 좋아요."



하지만, 도심에 심어지면 뿌리가 보도블록을 부수고, 나뭇잎은 간판을 가리거나 하수구를 막기 일쑤여서 앙상하게 가지치기를 당하고 맙니다.



<인터뷰>심순자(전북 전주시) : "수종을 바꿔달라고 했는데 안 바꿔주고..."



남해안에 유행처럼 심어진 야자수도 겨울을 버티지 못하고 죽어갑니다.



<인터뷰>조재형(국립산림과학원 박사) : "그 지역의 기후와 토양이나, 역사와 문화를 대표할 수 있는 그런 수종을 선택하는 것이 바람직하다고 생각을 합니다."



한번 심으면 수십 년에서 수백 년 동안 사람들은 그 가로수와 함께 지내야 합니다.



가로수 선택에 신중을 기해야 하는 이윱니다.



KBS 뉴스 박석호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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