루키 김선형 “SK 꼴찌감 소리에 독기”

입력 2011.11.01 (22:24)

수정 2011.11.01 (22:2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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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문경은 감독님이 ‘우리 팀은 10위 팀이다’라고 자꾸 말씀하시는데 그 말에 더 독기를 품게 되더라고요."



프로농구 서울 SK의 ‘슈퍼루키’ 김선형(23)의 기세가 하늘을 찌를 듯하다.



김선형은 1일 잠실 학생체육관에서 열린 울산 모비스와의 홈경기에서 막판 고비에 득점포를 쏘아 올리며 팀의 83-80 승리에 톡톡히 힘을 보탰다.



이날 경기 기록지에 적힌 김선형의 활약은 18점 5도움 3리바운드. ’더블-더블’을 기록한 알렉산더 존슨(36득점 17리바운드)이나 김민수(20점 6리바운드)보다 수치상으로는 기여도가 낮아 보이지만 이날 경기 흐름을 바꾼 것은 김선형이었다.



SK는 1쿼터 초반 7분 가까이 2득점에 그치며 좀처럼 공격에 실마리를 잡지 못하고 1쿼터를 7-25, 18점차로 끌려갔다.



하지만 2쿼터 들어 김선형이 존슨에게 날카로운 패스를 연결하면서 조금씩 물꼬를 트기 시작했다.



3쿼터 중반에는 상대팀 외국인 선수 말콤 토마스의 수비를 뚫고 침착하게 레이업슛을 성공해 53-52로 SK에 첫 번째 리드를 선사했다.



승부가 박빙으로 치닫던 4쿼터 종료 3분 전에는 모비스가 양동근 3점슛을 앞세워 76-73까지 쫓아오자 곧바로 김선형이 3점포로 림을 갈라 찬물을 끼얹었다.



이날 18득점 중 15점을 후반 3~4쿼터에만 몰아넣어 승부의 추를 기울이는 데에 결정적인 역할을 한 김선형을 두고 문경은 감독 대행은 "신인이 팀의 베스트 5로 뛰는 것만도 예쁜데 너무나 훌륭하게 해줘서 고맙다. 아직은 개인기에 의존하고 있지만 코트 전체를 보는 시야만 키우면 더할 나위 없을 것 같다"며 칭찬을 아끼지 않았다.



프로무대 데뷔 시즌에 팀의 경기 결과를 책임지는 상황에 부담을 느낄 법도 하지만 김선형은 "그런 부담은 없다. (변)기훈이나 다른 형들이 수비를 잘해줘서 오히려 힘을 얻어서 잘한 것 같다"고 공을 돌렸다.



김선형은 "오늘 처음으로 1번(포인트가드 포지션)을 맡아 스타팅멤버로 들어왔는데 초반에는 좀 미숙했던 것 같다. (주)희정 형이나 (황)성인 형한테 더 얘기를 듣고 경기 조율하는 부분을 더 공부해야할 것 같다"며 고쳐야 할 점에 더 집중했다.



이어 "(양)동근 형과 상대팀으로는 처음 만났는데 대표팀에 있을 때도 느꼈지만 확실히 클래스가 다른 선수였다"며 "나보다 수가 몇 단계나 높아서 내 기량의 150%를 발휘해야 간신히 따라잡을 수 있을 것 같다. 오늘 정말 많이 배웠다"고 돌아봤다.



시즌 초반부터 약체로 분류됐던 SK의 경기력에는 "그 말에 더 독기를 품었다"며 만만치 않은 승부근성을 보였다.



김선형은 "감독님도 항상 ’우리는 10위팀’이라고 자극하시는데 진짜 그 말이 독기를 품은 계기가 됐다"며 "1라운드 때 조금만 정신을 차리면 이길 수 있던 경기가 많았다. 조금씩 경기력이 향상돼가는 만큼 앞으로 더 좋은 모습을 보여 드릴 수 있을 것"이라고 의욕을 내비쳤다.



오세근(KGC인삼공사), 함누리(전자랜드) 등 중앙대 동기생들과의 신인왕 경쟁 구도에 대해서는 선뜻 "그냥 우리 셋 중에 신인왕 나오면 좋겠다"고 말했다.



김선형은 "셋이 워낙 친하다. 세근 형이랑은 경기 끝날 때마다 통화하는데 그날 경기 내용에 대해서는 얘기해도 신인왕에 대한 말은 하지 않는다"고 전했다.



이어 "시즌 초반이라 그런지 신인왕에는 아직 크게 욕심이 안 난다. 셋이 경쟁하니 오히려 더 좋은 것 같다"며 "다만 졸업할 때 ’중대 3인방은 무조건 잘돼야 한다’고 다짐했다. 동기생 자존심도 있으니 우리 셋 중에서 신인왕이 나왔으면 좋겠다"고 웃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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