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모차 의지 노인들, 사고 무방비

입력 2011.11.17 (22:05)

<앵커 멘트>

몸이 불편한 어르신들이 유모차에 기대 다니시는 모습.

거리에서 쉽게 볼 수 있는데요.

'실버카'라는 것도 있지만 아무래도 값이 비싸다 보니 자식들 부담될까 걱정하시는 거겠죠.

문제는 교통 사고 위험이 너무나 높다는 겁니다.

김문영 기자입니다.

<리포트>

낡은 유모차를 끌고, 할머니가 도로를 지나갑니다.

맞은편에서 차가 달려오지만, 피하지도 못하고, 오히려 차가 아슬아슬 비켜 갑니다.

몸이 불편하다 보니 앞만 보고 유모차를 끌기 때문입니다.

<인터뷰>지규수(78세/춘천시 석사동) : "그냥 (시야) 고정한 대로 다니지. (그럼 앞만 보시겠어요?) 그럼요. 좌우를 쳐다볼 여유가 돼요?"

90이 넘은 이 할머니는 고물상에서 만 원을 주고 산 유모차에 균형을 잡기 위해 벽돌을 싣고 다닙니다.

<인터뷰>윤경옥(92세/춘천시 효자동) : "넘어질 때도 있죠. 처음에 그래서 이렇게 (벽돌을) 올려놓는 거지."

혼자 걷기도 어려운 노인들에게 유모차는 자식보다 더 귀한 필수품.

하지만, 긴급 상황에 맞닥뜨리면 제대로 대처하기 어렵습니다.

<인터뷰>박남규(77세/춘천시 석사동) : "(갑자기 차가 나타나면) 여기 힘에 끌려간다고 사람이 밀다 보면. 탁 놓질 못하잖아? 사람이"

이 같이 내리막길의 경우 가속도가 붙어 더 위험하지만, 속도를 제어할 수 있는 장치는 찾아보기 힘듭니다.

지난 10일 춘천에서는 유모차에 의지해 길을 건너던 80대 할머니가 차에 치여 숨졌습니다.

어른신을 위해 '실버 카'가 보급되고 있지만, 최고 200만 원을 넘는 가격 때문에 노인들은 오늘도 중고 유모차를 끌고 위험한 거리로 나서고 있습니다.

KBS 뉴스 김문영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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