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해설] 가난 구제 어렵다지만…

입력 2011.11.21 (07:09)

수정 2011.11.21 (07:11)

[정필모 해설위원]

우리네 가정의 살림살이가 어떤지, 형편을 알아보는 가장 좋은 방법은 무엇일까요?

아마도 소득과 빚, 일자리 정도면 그런대로 가늠해 볼 수 있을 겁니다.

최근 나온 관련 지표들을 언뜻 보면 개선된 것처럼 보입니다.

그러나 그 속내를 들여다보면 오히려 상황이 악화돼 있습니다.

전체적인 소득은 늘었는데도, 적자 가구가 늘고 빚이 자산보다 더 빠른 속도로 증가하고 있습니다.

일자리도 늘었다고는 하지만, 질적인 면에서는 만족스럽지 못한 수준입니다.

우선 지난 3분기 가계수지 동향을 살펴볼까요. 전체적으로는 소득이 늘었습니다.

소득 불균형도 다소 개선됐습니다.

그러나 적자가구의 비율은 오히려 높아졌습니다.

열 집 가운데 세 집 꼴로 적자라는 겁니다.

적자가 난 중하위층 가구가 크게 늘었기 때문입니다.

반면에 상위층의 적자가구는 줄었습니다.

적자가구의 증가는 부채 증가로 이어지고 있습니다. 가계부채는 1년 새 13% 가까이 늘었습니다.

자산 증가율의 거의 두 배 수준입니다. 그만큼 빚 갚을 능력은 떨어질 수밖에 없습니다.

금융당국의 조사만 봐도 원리금 상환에 부담을 느끼는 가구가 네 집 가운데 세 집 꼴입니다.

다행히 최근 일자리는 늘고 있습니다.

고용 증가로 소득이 늘면 가계수지가 개선될 여지는 그만큼 커집니다.

문제는 고용의 질입니다.

늘어난 일자리는 정규직보다는 비정규직과 임시직, 그리고 제조업보다는 서비스업이 대부분입니다.

특히 최근 서비스업 취업자의 증가는 직장에서 밀려난 생계형 자영업자의 증가와 무관치 않습니다.

일자리가 늘고 있다고는 하지만 고용의 질은 오히려 떨어지고 있는 겁니다.

고용의 질 저하는 중하위층의 부채 증가와 함께 부의 양극화를 심화시킨다는 데 문제의 심각성이 있습니다.

옛말에 “가난 구제는 나라도 어렵다”라는 말이 있습니다.

빈곤의 악순환을 끊기가 그만큼 쉽지 않다는 뜻입니다.

그러나 오늘날 빈곤 퇴치는 우리 헌법이 규정한 국가의 사회보장의무 가운데 하납니다.

빈곤 퇴치는 일자리 창출과 소득 불균형 해소로부터 시작됩니다.

국가 재정이 허용하는 한 일자리를 늘리고 소득의 불균형을 바로 잡는 데 힘써야 합니다.

그것만큼 국민의 삶을 안정시키는 최선의 사회안전망은 없기 때문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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