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럽·가계부채·정치…한국 경제 ‘3대 불안’

입력 2011.11.23 (06:41)

수정 2011.11.23 (11:56)

한국 경제는 내년에도 험한 길을 가야 한다.

가장 큰 장애물은 유럽 재정위기다. 유럽발 금융불안은 수출 둔화, 내수 부진을 초래해 국내 경제 성장을 짓누를 전망이다.

전문가들은 대외 불확실성이 내년 한국 경제를 좌지우지할 최대 위험 요인이라며 긴장의 끈을 놓지 말아야 한다고 지적했다.

국내 불안요인으로는 가계부채와 선거일정이 꼽혔다.

특히, 한미 자유무역협정(FTA) 비준안이 국회를 통과함에 따라 여야 극한적인 대치는 위기 대응력을 떨어트릴 것으로 보인다.

◇내년 최대 악재는

스페인, 이탈리아, 프랑스 등 유로존(유로화 사용 17개국) 핵심국으로 확대 조짐을 보이는 유럽 재정위기는 내년에도 한국 경제에 중대한 위협이 될 전망이다.

유럽 각국은 유럽중앙은행(ECB)과 유럽재정안정기금(EFSF) 등을 통해 위기극복을 시도하고 있지만 명쾌한 해결책을 마련하지 못하고 있다.

이에 따라 이번 위기가 단기간에 해결되지 않을 것이며 내년에도 이어진다는 것이 전문가들의 견해다.

삼성증권은 선진국 가계소비 회복 지연에 따른 수출 증가세 둔화를 우려했다. 대우증권은 남유럽 재정 위험이 미국 등 선진국으로 전이될 가능성에 대해 걱정했다.

삼성경제연구소 권순우 거시경제실장은 "내년에도 한국 경제는 대외적인 변수에 의해 결정될 수밖에 없다. 미국 등 선진국 경기도 유럽 문제에 따라 좌우된다"고 말했다.

가장 큰 문제는 유럽 위기의 불똥이 어디로 튈지 모른다는데 있다. 한국 경제는 유럽 위기가 악화하면 수출 축소와 금융시장 불안으로 직접적인 타격을 입을 수 있다.

한국은행 신운 조사총괄팀장은 "위기가 어느 방향으로, 어느 정도의 강도로 전개될지 확신할 수 없는 것이 문제다"라고 말했다.

유럽 각국들은 재정위기 해결방안을 찾아가고 있지만 언제든지 갈등을 빚을 수 있다. 더욱이, 유로존의 재정 통합 논의가 시작되면 예기치 못한 파문이 생길 수 있다.

미국 경기 회복과 함께 중국 경제의 연착륙 여부도 중요하다. 중국은 세계 경제의 구원투수라는 기대를 받고 있지만 세계 경제를 끌고 가기에는 역부족이라는 분석이 많다. 중국 경제가 경착륙하면 엄청난 충격을 몰고 온다.

석유 등 원자재 시장의 가격 급등도 경계해야 할 변수다.

◇가계부채ㆍ선거도 불안요인

국내에도 위험 요인이 적지 않다.

민간 소비 축소와 기업들의 설비 투자 지연으로 내수 회복이 쉽지 않다. 부동산 경기 침체와 주가 하락 등으로 자산효과를 기대하기도 어렵다.

한국금융연구원 임형석 연구원은 "선진국 수요 감소에 따른 수출 둔화는 불가피하지만 국내 기업들의 제품 경쟁력이 높기 때문에 성장세는 이어질 것이다. 그러나 물가 압력으로 민간 소비가 위축될 수 있다. 기업들의 설비투자 포기는 성장 둔화의 원인이 될 수 있다"고 분석했다.

가계 부채 문제도 심각하다. 현대경제연구원 이준협 연구위원은 "국내적으로는 가계 부채가 가장 큰 위험 요인이다. 가계 부채가 소비를 위축시킬 수 있다"고 지적했다.

내년도 총선, 대선 등 국내 정치 일정도 잠재적인 위험 요인이다.

증권업계 관계자는 "내년에는 선거의 긍정적인 요인보다 부정적인 요인이 클 것이다. 경기가 둔화하는 데다 정책 불확실성이 겹쳐 상황이 악화할 것"이라고 전망했다.

이미 여야의 극한 대치는 시작됐다. 22일 최루탄이 터지는 소동 속에 여당이 한미 자유무역협정(FTA) 비준안을 통과시키자 정국이 급속도로 경색됐다.

야당이 FTA 무효투쟁과 국회 일정 중단을 선언함에 따라 새해 예산안 심사가 차질을 빚는 등 내년 대선까지 정치권의 혼란이 이어질 것으로 보인다. 경제 회복을 저해하는 정치권 리스크가 이미 현실로 드러나고 있다.

한국 외에도 미국, 프랑스, 스페인, 러시아 등 세계 각국에서 내년에 선거가 이어진다. 리더십 부재로 세계 경제위기 해결이 지체될 수 있다.

전문가들은 국내외적 악재가 산재한 상황에서 최악의 시나리오에 대응할 수 있는 철저한 대비책을 마련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삼성경제연구소 권순우 실장은 "정부는 외화유동성 관리를 강화하고 통화스와프 체결도 최대한 확대해야 한다. 필요하면 자본 유출입 관련 규제도 고려해야 한다"고 말했다.

그는 이어 "금융기관은 보수적으로 외화유동성에 접근해야 한다. 기업은 위기 상황에 대응한 시나리오 경영이 필요하다. 위기를 기회로 만들고자 하는 적극성도 필요하다"고 덧붙였다.

한국금융연구원은 가계 부채의 연착륙을 유도하되 저신용자의 상환능력 악화와 소비 위축으로 이어지지 않도록 관리 방안을 마련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외화유동성 확보와 환율 안정을 위해서는 한국투자공사(KIC)의 자산규모를 확대하고 신규 국부펀드 조성을 검토해야 한다는 의견도 제기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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