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슈&뉴스] 에이즈 발견 30년…커지는 정복의 꿈

입력 2011.12.01 (22:06)

<녹취>반기문(유엔 사무총장) : "우리는 에이즈가 없는 세상을 만들 수 있습니다."



<앵커 멘트>



오늘이 ’세계 에이즈의 날’입니다.



30년 전 첫 환자가 발견된 이후 지금까지 2천 5백만 명이 에이즈로 숨졌고 여전히 전 세계에서 3천 4백만 명이 고통받고 있는 질병이죠.



하지만, 불치의 병으로 인식돼 온 에이즈를 이겨내는 사례도 나오고 있습니다.



워싱턴 이춘호 특파원입니다.



<리포트>



지난 80년대 프로 농구를 주름잡았던 매직 존슨의 에이즈 감염 소식은 당시 미국사회를 충격에 빠뜨렸습니다.



<녹취>매직 존슨(91년 11월 7일) : "HIV 바이러스에 감염됐기때문에 오늘로 레이커스팀에서 은퇴하겠습니다"



그러나 몇 년 안에 사망할 거라는 예상은 빗나갔습니다.



존슨은 20년이 지난 지금까지도 건강한 모습으로 에이즈 퇴치와 봉사 활동에 활발히 참여하고 있습니다.



<녹취>매직 존슨 : "20년 후에도 내가 살아있으니 얼마나 축복입니까!"



미국내 에이즈 감염자는 120만명이지만, 존슨처럼 십년, 이십년을 끄덕 없는 환자도 적지 않습니다.



2015년이면 미국내 에이즈 보균자의 절반이 50세를 넘겨 생존할 것으로 전망됩니다.



이러다보니 미국에서는 에이즈가 더 이상 신의 형벌이 아니라 만성 질환의 하나일뿐이라는 인식이 확산되고 있습니다.



미 국립 의료원과 제약회사들은 앞으로 5년안에 에이즈 치료제를 개발한다는 목표를 세워놓고 있습니다.



<인터뷰>메건 데이비스(휘트먼 워커 재단 지역 보건부장) : "에이즈 증세를 호전시켜줄 더 좋은 약을 계속 개발하고 있고 언젠가는 치료약까지 찾을 것입니다."



다만, 미국 내 AIDS 환자 가운데 약 40%는 여전히 적절한 처방을 받지 않고 있는 것으로 조사돼, 치료와 관리만 제대로 이뤄지면 에이즈로 인한 사망자는 더욱더 줄일 수 있을 것으로 보입니다.



<앵커 멘트>



우리나라의 경우도, 에이즈 감염자의 10년 생존율이 암 환자보다 높아졌다는 조사 결과가 최근 발표됐었는데요.



그래서, 걸리면 무조건 죽는다고 생각했던 에이즈가 이젠 어느 정도 관리될 수 있는 것 아니냐는 얘기가 나오고 있는 겁니다.



김영인 기자가 디지털 스튜디오에서 설명해 드립니다.



<기자 멘트>



미국 과학자들이 에이즈 바이러스가 면역 세포에 침투하는 장면을 촬영했는데요.



이렇게 우리 몸에 들어온 바이러스가 면역 체계를 파괴하는 단계를 HIV, 이게 심해져 우리 몸이 버티지 못하는 단계를 에이즈, 라고 생각하시면 됩니다.



과거에는 HIV에 감염되면 최대 5년을 넘기지 못했지만, 의학의 발달로 최근엔 이 기간이 10년 이상으로 많이 늦춰졌습니다.



이에 따라, 에이즈로 숨진 사람들의 수도 이렇게 2천년대 중반부터 감소세를 보이고 있습니다.



최근엔 사상 처음으로, 에이즈에 감염된 지 16년이 된 한 미국인 남성의 완치 사례도 보고됐습니다.



<리포트>



<녹취>미 CBS 뉴스 : "아마도 에이즈가 완치된 최초의 사람일 겁니다."



지난 5월, 전 세계 에이즈 감염자들을 흥분케했던 미국인 티모시 브라운.



에이즈 감염 16년 만에 세계 최초로 완쾌 판정을 받았기 때문입니다.



<녹취>티모시 브라운 : "기적이라 생각하고, 에이즈가 완치되면서 제 모든 관점이 바뀌었습니다."



브라운은 4년 전 독일에서 골수 줄기세포를 이식받았고 최근 기적처럼 그의 몸에서 에이즈 바이러스가 모두 사라진 겁니다.



의학계는 브라운에게 줄기세포를 기증한 사람이 에이즈 면역 유전자를 지니고 있어 이런 일이 가능했던 것으로 보고 있습니다.



<녹취>제이 레비(샌프란시스코 캘리포니아대 교수) : "백혈구 면역 세포들을 조작해서 HIV 바이러스에 영향을 끼치도록 할 수 있다면, 이런 백혈구 세포가 완전한 면역 체계를 이루게 됩니다."



에이즈 면역 유전자가 워낙 희귀해서 브라운의 사례를 일반화할 수 없다는 의견도 있지만, 브라운의 완쾌가 에이즈 치료에 새로운 장을 열었다는 평가가 지배적입니다.



<기자 멘트>



지금도, 에이즈 바이러스 증식을 늦춰주는 완화제가 30가지 넘게 개발돼 있고 연구도 계속 진행중입니다.



에이즈 완전 정복을 위해 한 발 한 발 나아가고 있습니다.



하지만, 에이즈 환자들이 사회의 편견이 부담스러워서 숨어 지내려고만 하고, 자포자기 상태로 치료를 멀리한다면 뛰어난 의술도 별 의미가 없겠죠.



서영민 기자입니다.



<리포트>



에이즈 감염인들에게 사회의 왜곡된 시선은 마음의 상처에 그치지 않습니다.



감기에 걸려 병원을 찾아도 진료를 거부당하기 일쑤..



<녹취>에이즈 감염인 : "1,2차 병원은 갈 수 없다고 보시면 돼요. 큰 병원에 가보라고, 자기네 병원에선 진료할 수 없다고 하죠."



감염 사실이 직장에 알려진 경우 동료들의 냉대는 물론 해고로까지 이어지기도 하지만 보호장치는 부족합니다.



<녹취>에이즈 감염인 : "해고를 하거나 차별해선 안된다는 조항이 있긴 하지만 차별해도 처벌받는 게 아니라 명시만 되어 있을 뿐이에요."



일상적인 접촉을 통해서도 감염될 수 있다거나 감염되면 무조건 사망으로 이어진다는 잘못된 인식도 여전합니다.



이 때문에 감염인이 같은 학교를 다니는 데 대한 거부감이나 사회적인 격리가 필요하다는 편견도 여전히 높습니다.



<인터뷰>이영민(대학생) : "에이즈에 걸리면 다른 사람들보다 빨리 생을 마감하시는 줄 알았는데, (치료받으면 생명에 지장이 없다는 건) 전혀 몰랐던 사실입니다."



치료 기술은 획기적으로 진보하고 있지만 그릇된 시선은 아직도 제자리 걸음입니다.



KBS 뉴스 서영민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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