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앵커 멘트>
어제 화재현장을 뒤덮었던 시커먼 연기, 바로 우레탄이 타면서 내뿜는 가스였는데요.
39명의 목숨을 앗아간 이천 냉동창고화재와 27명이 숨졌던 여수 외국인보호소 화재 그리고 12명이 질식했던 종로 주상복합 공사장 화재까지.. 이 유독가스가 화를 키웠습니다.
그런데도 이 위험한 우레탄은 왜 아직도 사용되고 있는걸까요.
심인보 기자가 심층취재했습니다.
<리포트>
우레탄은 가격이 싸고 단열 성능이 뛰어나 단열재 등으로 널리 쓰입니다.
문제는 우레탄이 불에 취약하다는 것, 누전이나 용접을 가정해 작은 불꽃을 일으키자, 곧바로 우레탄 덩어리에 불이 붙습니다.
불꽃 하나가 튀었을 뿐인데도 우레탄 덩어리가 순식간에 타오르며 검은 연기를 내뿜습니다.
실험용 쥐를 집어넣자 30초 만에 펄쩍 펄쩍 뛰어올랐고, 1분도 채 안돼 실험을 중단할 정도로 독성이 강합니다.
<인터뷰> 이용재(경민대 소방행정학과) : "우레탄이 탈 경우 포스겐 가스라고 나오는데, 아시다시피 이 포스겐 가스라는 건 나치들이 유태인을 학살하기 위해 썼던 그런 맹독성 가스라고 보시면 됩니다."
이 때문에 우레탄 등 인화성 물질을 시공할 때는 통풍을 철저히 하고 먼지를 제거하는 등 안전 조치를 취하도록 법으로 규정돼 있습니다.
그러나 어제 화재때도 최초의 발화지점이 지하층이었던만큼 통풍이 제대로 안됐던 것으로 보입니다.
이처럼 반복되는 사고에도 관리 감독은 사실상 어려운 실정입니다.
<녹취> 고용 노동부 관계자 : "제한된 인력으로 많은 현장을 관리감독 한다는 것이 지자체도 아마 하기 쉽지 않을거에요. 현실적으로는 거의 어렵죠."
불에 잘 타지 않는 방화 우레탄도 개발돼 있기는 합니다.
실험을 해보니 가스토치로 불을 붙여도 잘 타지 않고, 연기도 거의 나지 않습니다.
하지만 모두 수입산인데다 비싼 가격때문에 사용을 꺼립니다.
<인터뷰> 안경민(건설자재상) : "일반 우레탄폼에 비해서 3배, 4배 이상 되니까 공사 단가를 맞출 수가 없죠.그러니까 일반 작은 공사에서는 쓸 수가 없어요."
대형 화재 때마다 인명 피해를 키우는 우레탄 유독가스, 우레탄을 쓰지않는 공사현장이 없을 정도지만 사고 위험에 대한 대책은 여전히 제자리 걸음입니다.
KBS 뉴스 심인보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