프로야구 두산 베어스와 넥센 히어로즈의 경기가 열린 22일 잠실구장.
’한국산 핵잠수함’으로 미국프로야구에서 작지 않은 발자취를 남긴 김병현(33·넥센)이 마운드에 올랐다.
1-1로 맞선 8회 두산 포수 양의지의 패스트볼로 팀이 귀중한 추가점을 뽑아 2-1로 리드를 잡자마자, 김병현은 8회말 팀의 세 번째 투수로 등판했다.
1999년 메이저리그에 데뷔해 2007년까지 9년간 통산 86세이브를 올린 김병현이 올해 국내 프로야구에 입문한 이래 처음으로 맞은 세이브 상황이었다.
이날까지 12차례 등판한 김병현은 선발 9차례를 빼면 불펜으로는 세 번밖에 나서지 않았다.
구위가 좋지 않아 2군에 갔던 그는 지난 12일 1군에 복귀했다.
빅리그에서 숱하게 겪은 1점차 리드 상황에 등판한 김병현은 공 15개를 던져 두산의 세 타자를 가볍게 돌려세웠다.
첫 타자 윤석민을 1루수 뜬공으로 잡은 김병현은 이원석을 2루수 직선타로 처리하며 한숨을 돌렸다.
이원석이 밀어친 타구는 곡선을 그리며 넥센 2루수 서건창의 글러브에 빨려 들어갔다.
다음 타자 양의지는 볼 카운트 2B-2S에서 예리하게 꺾인 슬라이더를 던져 삼진으로 요리했다.
김병현은 3-1로 앞선 9회 마운드를 마운드 손승락에게 물려줬고, 손승락이 승리를 지켜 경기를 끝내면서 첫 홀드를 수확했다.
홀드는 세이브 상황에서 팀의 리드를 지킨 중간 투수에게 주는 기록이다.
김병현은 "지난 19일 롯데와의 경기에서 싱커가 몰려 홈런을 맞기는 했으나 감각은 좋았다"며 "잘 막고 오자는 심정으로 마운드에 섰다"고 말했다.
그는 "2군에서 팀에 중간 투수가 없어 불펜으로 두 번 정도 등판했는데 내용이 좋았고, 김시진 감독께서 불펜에서 던져보지 않겠느냐고 제안하셨다"면서 "찬밥 더운밥 가릴 신세가 아니어서 바로 중간에서 던지겠다 말했다"고 덧붙였다.
김병현은 서서히 감각을 찾아가고 있다면서 조만간 전성기에 버금가는 기량을 선보일 수 있음을 시사했다.
김병현은 "이렇게 좋은 느낌을 5~6년 만에 느껴보는 것 같다"면서 "투구 밸런스와 던질 때 힘의 안배 등 예전의 기억이 살아나고 있다"고 밝혔다.
그러면서 "볼끝이 살아나 타자들이 직구를 제대로 공략하지 못한 것 같다"며 "불펜에서 기량을 완전히 회복해 다시 선발로 복귀할 수 있도록 하겠다"고 다짐했다.
김시진 넥센 감독은 "어떻게 보면 김병현을 그 상황에서 기용하는 것이 도박이었는데 좋은 결과를 얻었다"며 김병현의 배짱과 경험을 높이 샀다.
그는 "미국에서 김병현이 세이브를 많이 올린 만큼 1이닝 정도는 도망가지 않고 타자와 승부를 할 것으로 내다봤다"면서 "투수가 긴장하면 전력투구를 하게 되고 더 집중할 수밖에 없다"며 김병현이 보여준 ’마무리 본능’에 후한 점수를 줬다.
김 감독은 "김병현과 한현희를 마무리 손승락 앞에 등판하는 셋업맨으로 번갈아 기용하겠다"며 새로운 필승계투조로 4강 진출 목표를 이뤄내겠다고 각오를 다졌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