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앵커 멘트>
시중에 나와 있는 가위는 오른손잡이용이라서 왼손잡이가 사용하려면 상당히 불편합니다.
그래서 왼손잡이용 가위가 따로 나와 있기도 한데요, 이런 가위는 어떨까요?
나이나 성별, 장애에 상관없이 누구나 쉽게 쓸 수 있도록 만들어졌는데 이런 걸 '유니버설 디자인', 줄여서 '유디'라고도 합니다.
생필품에서 건축까지 모든 생활에 적용되는 이 '유디'가 우리나라에는 어디까지 와있는지, 송명희 기자가 심층 취재했습니다
<리포트>
경기도 안성의 한 초등학교.
장갑을 낀 손으로 과자 포장을 벗기고, 손가락을 동여맨 채 소시지 껍질을 벗겨보니 노인이나 장애인들이 겪는 불편이 고스란히 느껴집니다.
<인터뷰> 박찬형(학생) : "한 손으로만 쓰니까 미끌미끌 거리고 불편해요"
유니버설 디자인은 이렇게 다른 사람의 입장이 돼보는 것에서 출발합니다.
<인터뷰> 이호창(유니버설 디자인 체험 강사) : "좀 더 포괄적으로 장애를 갖고 계신 분 뿐만 아니라 모든 사람들이 사용할 수 있는 공간을 만들자는 개념.."
눈금을 보기 위해 허리를 숙여야 하는 불편을 없앤 계량컵.
쉽게 들어올릴 수 있게 고안된 이런 눈금자도 간단하지만 유용한 유디 제품입니다.
유디는 건축에도 적용됩니다.
아파트 입구에 있는 계단과 경사로를 없앴더니 장애인은 물론 자전거, 손수레까지 불편 없이 드나들 수 있습니다.
1층을 1미터 정도 높이고 엘리베이터를 타는 로비 층과 독립시키면 아파트 1층 가정의 문제점인 사생활 침해도 크게 줄일 수 있습니다.
경기도의 경우 지난 2011년 전국 최초로 유니버설 디자인 가이드라인을 만들어 공공건축물과 시설물 심의 때 이를 반영하도록 하고 있습니다.
<인터뷰> 채완석(경기도 공공디자인 팀장) : "유니버설 디자인 관점에서 모든 사람들이 편리하게 사용할 수 있도록 기준을 만들었고요, 그 기준을 충족하지 않으면 위원회를 통과하지 못하도록 강화하고 있습니다"
하지만 아직 갈 길이 멉니다.
우리나라에 유디가 알려지기 시작한 건 2000년대 초반.
대부분 일본제품들이었습니다.
그러나 여전히 유디에 대한 개념도 생소할뿐더러 이를 연구하는 전문 기관조차 없습니다.
<인터뷰> 최령((사)생활환경디자인연구소 소장) : "제품이라든지 교육이라든지 이런 것이 이루어질 수 있는 중심센터라고 하는 게 필요할 거라는 생각이 듭니다. 그걸 통해서 사람들이 한 번 접하게 되면 아 ~이런거구나"
가능한 많은 사람이 함께 편한 세상을 꿈꾸는 유니버설디자인, 적극적인 관심과 지원이 필요한 때입니다.
KBS 뉴스 송명희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