프로야구 한화 이글스의 데뷔 10년차 오른손 투수 송창식(28)이 독수리 군단의 수호신으로 자리매김했다.
송창식은 16∼21일 열린 5경기에서 4세이브를 올려 한화의 최하위 탈출을 이끌었다.
개막 13연패 나락에서 팀을 건져낸 것도, 허약한 한화 마운드가 엄두도 못 내던 1-0 승리라는 '기적'을 마무리한 것도 송창식이었다.
송창식은 16일 대전구장에서 열린 NC 다이노스와의 경기에서 선발 데니 바티스타에 이어 6-4로 앞선 6회 구원 등판, 3⅓이닝을 실점 없이 막고 팀에 시즌 첫 승리를 안겼다.
당시 13연패에 몰린 김응용 한화 감독은 투수 중 가장 좋은 컨디션을 보인 송창식을 일찍 마운드에 올리겠다고 경기 전 공언했고, 송창식은 박빙 접전에서 좀처럼 보기 드문 '3이닝 세이브'를 완수하고 김 감독의 기대에 부응했다.
이날부로 안승민을 밀어내고 소방수 자리를 꿰찬 송창식은 NC와의 3연전에 모두 출동해 뒷문을 잠갔다.
21일 두산과의 경기는 마무리로 완벽하게 돌아선 송창식의 참모습을 제대로 보여줬다.
두산 강타선을 상대로 1-0 살얼음 리드를 지키던 8회 1사 1루에서 등판한 송창식은 9회 안타와 볼넷, 고의4구를 거푸 내줘 1사 만루 역전패 고비를 맞았다.
그러나 양의지를 인필드 플라이로 잡아내 급한 불을 끈 뒤 정수빈을 2루 땅볼로 요리하며 세이브에 성공했다.
팀 평균자책점 6.38의 한화가 시즌 18경기 만에 거둔 첫 무실점 승리였다.
곡절의 연속이던 송창식의 프로 인생에도 드디어 찬란한 빛이 들기 시작했다.
청주 세광고를 졸업하고 2004년 한화에 입단한 송창식은 말초신경이 마비되고 살이 썩는 버거씨병을 앓기 전까지 전도유망한 투수였다.
버거씨병이라는 무서운 질환을 겪은 그는 2008년 마운드를 잠시 떠나 모교에서 코치로 재활에 치중했고 2010년 다시 독수리 유니폼을 입고 인간 승리를 부르짖었다.
이후 계투진의 허리로 활약한 그는 지난해까지 통산 16승 14패, 1세이브, 13홀드, 평균자책점 4.90을 기록했다.
올해에도 선발과 마무리를 잇는 필승조의 가교 노릇을 맡았으나 안승민의 부진이 길어지면서 전격 소방수로 기용됐고 안정적인 투구를 선사하며 팀의 보배로 자리 잡았다.
이제 송창식이 없는 한화 마운드는 생각할 수 없을 정도로 그의 존재감은 대단하다.
그는 "마무리라는 보직을 평생 맡아본 적이 없어서 '마무리 상황'이라는 것을 생각해 본 적이 없다"며 "마주하는 타자마다 전력투구로 막아내는 것이 내게 도움이 된다"고 소감을 밝혔다.
지난해까지 위기에서 종종 무너지는 약점을 노출하기도 했으나 송창식은 "집중력이 예년보다 나아졌고 덕분에 마운드에서 자신감도 배가됐다"며 달라진 모습을 기대해 달라고 당부했다.
최고 시속 140㎞대 중반 직구와 슬라이더, 체인지업, 커브 등을 앞세워 컨트롤로 상대 타자를 요리하는 송창식은 "프로 선수가 경기에 많이 나가는 것만큼 좋은 일이 어디 있느냐"며 "체력을 잘 관리해 한화의 뒷문을 잘 잠글 수 있도록 하겠다"고 각오를 다졌다.
그는 '인간 승리'라는 찬사도 이제 사양하고 싶다고 했다. 오로지 실력으로 재조명받겠다는 것이 그의 소박한 목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