크리스티아누 호날두(28·레알 마드리드)가 유럽축구연맹(UEFA) 챔피언스리그에서 이정표를 세우고도 웃지 못하는 신세에 빠졌다.
호날두는 25일(한국시간) 독일 시그날 이두나 파크에서 열린 도르트문트와의 2012-2013 UEFA 챔피언스리그 4강 1차전에서 0-1로 뒤지던 전반 42분 동점골을 뽑아냈다.
호날두는 곤살로 이과인이 오른쪽에서 건네준 패스를 받아 오른발로 살짝 차 넣어 승부를 원점으로 돌려놨다.
이 골로 호날두는 UEFA 챔피언스리그에서 50번째 골을 기록했다.
이전까지 챔피언스리그에서 50골 고지를 밟은 선수는 라울 곤살레스(71골·알 사드), 리오넬 메시(59골·바르셀로나), 뤼트 판니스텔루이(56골·은퇴), 티에리 앙리(50골·레드불스) 등 네 명뿐이다. 호날두는 역대 다섯 번째로 '50골 클럽'에 가입했다.
호날두는 91경기 만에 50골을 찍었다. 50골을 달성하기까지 경기 수로 따지자면 이는 판니스텔루이(62경기), 메시(66경기)에 이어 세 번째에 해당한다.
호날두가 챔피언스리그에서 올린 첫 골은 2007년 4월로 거슬러간다.
당시 맨체스터 유나이티드(이하 맨유·잉글랜드) 소속이던 호날두는 AS로마(이탈리아)와의 8강 2차전에서 2골을 뽑아내 팀 승리에 앞장섰다.
첫 골을 올리는 데까지 꼬박 27경기가 걸렸다. 그러나 발동 걸린 호날두는 이후 챔피언스리그에서 해결사 본능을 유감없이 뽐내며 유럽 축구를 평정하는 스타로 자리매김했다.
2007-2008 시즌 8골을 기록해 득점왕에 오른 호날두는 팀인 맨유에 우승컵을 안기는 데 큰 공을 세우기도 했다.
올 시즌에도 호날두는 꾸준한 활약을 펼치고 있다.
이날 골로 챔피언스리그에서 6경기 연속 골을 올린 그는 현재까지 12골을 뽑아내 득점 부문 선두를 달리고 있다.
그러나 호날두가 대회 마지막까지 웃을 수 있을지는 의문이다.
이날 펼쳐진 4강 1차전에서 레알 마드리드가 도르트문트에 1-4로 대패하는 바람에 팀의 결승 진출이 불투명한 상황이다.
이미 이 때문에 50골 자축은 물 건너갔다.
결승 진출이 좌절되면 호날두의 득점왕 자리도 위태로워진다. 이날 상대팀으로 맞선 폴란드 공격수 로베르트 레반도프스키(25)가 4골을 몰아치며 10골을 기록, 호날두의 뒤를 바짝 쫓은 상태다.
호날두가 실낱같은 희망을 살려 득점왕 자리를 지키고 뒤늦게라도 자신의 기록을 자축할지 두고 볼 일이다.
호날두는 내달 1일 홈으로 도르트문트를 불러들여 설욕에 나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