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앵커 멘트>
배움에 부끄러움이 어디 있고 나이가 무슨 상관일까요.
평생을 까막눈으로 살아야 했던 노인들을 위해 배움의 장이 마련됐는데, 그 열기가 너무나도 뜨겁습니다.
송민석 기자입니다.
<리포트>
그토록 가고 싶었던 60여 년 만의 등굣길.
전쟁 통에, 가정 형편 탓에 포기해야 했지만 이제라도 학교에 갈 수 있다는 생각에 걸음걸이마다 설렘이 가득합니다.
<인터뷰> 윤명숙(예산군 신양면/74살) : "딸이다 보니까 더 못 배웠고, 지금 너무 흥분되고 너무 기쁘고 좋아요."
손자뻘도 안 되는 같은 반 친구를 처음 만난 자리, 어색함도 잠시입니다.
<녹취> 김백심(예산군 신양면/72살) : "가슴이 두근두근해서 우황청심환도 먹고... (웃음)"
수업시간이 되자 평생을 까막눈으로 살아야 했던 '한'이라도 풀 듯 학구열을 불태웁니다.
어린 학생들도 이런 할머니들의 모습에 느끼는 게 참 많은 모양입니다.
<인터뷰> 이주희(예산 신양초등학교 2학년) : "할머니들이 공부하는 걸 보니까 저도 열심히 공부해서 훌륭한 사람이 되고 싶어요."
문자 해독 능력을 키우는 '문해 교실'에 등록한 노인은 예산에서만 430여 명.
수업은 주로 경로당 등에서 하고 이렇게 학교에서 체험학습도 하는데, 99%가 할머니입니다.
<인터뷰> 주호미(계장) : "할아버지들은 자존심이 세서 그런지 참여가 적어요. 저희들이 할아버지들도 참여할 수 있도록..."
배움의 기쁨에 뒤늦게 눈을 뜬 어르신들.
까막눈의 한을 풀고 손자손녀에게 동화책 읽어줄 날을 기다리며 연필을 고쳐 쥐고 있습니다.
KBS 뉴스 송민석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