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앵커 멘트>
지난 해 12월 11일 대통령 선거를 불과 8일 앞두고 바로 이곳에서 국가정보원 댓글 의혹 사건이 터졌습니다.
여섯 달 가까이 경찰과 검찰의 수사가 진행됐습니다.
검찰은 오늘 원세훈 전 국정원장을 국정원법과 선거법 위반 혐의로 불구속기소하기로 했습니다.
먼저 검찰의 수사 결과를 김준범 기자가 전해드립니다.
<리포트>
검찰은 고심 끝에 공직선거법까지 적용하기로 했습니다.
원세훈 전 원장이 국정원법뿐만 아니라 공무원의 선거운동 금지 조항도 어긴 혐의가 있다고 결론냈습니다.
결정의 배경은 단순한 정치 관여를 넘어 선거 개입 의도까지 입증할 증거였습니다.
검찰은 국정원 직원들이 조직적으로 인터넷에 정치적인 글을 남기는 데 원 전 원장이 포괄적으로 관여했다는 진술과 물증을 확보한 것으로 전해졌습니다.
특별수사팀 관계자는 선거법까지 적용하는 데 내부적으로 이론이 없었다며 자신감을 내비쳤습니다.
그러나 구속영장은 청구하지 않기로 했습니다.
공소시효인 19일까지 시간이 촉박하기 때문이라고 설명했지만, 당초 구속을 주장했던 수사팀이 한발 물러선 것으로 보입니다.
원 전 원장 측은 국정원장으로 재직하며 선거개입과 정치관여를 하지 말라고 누구보다 강조했다고 주장했습니다.
수사 축소 의혹을 받고 있는 김용판 전 서울경찰청장도 불구속으로 재판에 넘길 방침입니다. 김 전 청장에게는 직권남용과 함께 정치운동과 선거운동금지 위반 혐의가 적용될 것으로 보입니다.
검찰은 이번 주안에 원세훈 전 원장 등을 기소합니다.
<기자 멘트>
우리나라 최고이자 유일한 정보기관인 국가정보원입니다.
조직과 인원 예산 등 모든 게 기밀이고 특수활동이 인정되는 곳입니다.
이 때문에 국정원법에는 이 곳 직원들의 정치개입을 철저하게 금지하고 있고 검찰이 원세훈 전 국정원장의 국정원법 위반 결론을 쉽게 내릴 수 있었습니다.
쟁점은 선거에 개입했다는 공직선거법 위반 여부입니다.
원세훈 전 원장의 이른바 '지시 강조 말씀'이라며 국정원 내부 게시판에 올린 글입니다.
종북 좌파가 국정을 운영하는 걸 좌시해서는 안된다는 내용입니다.
이 '지시 강조' 사항이 국정원 직원들의 선거개입을 지시한 것으로 볼 수 있다는 의견과 이 것만으로는 직접적으로 영향을 줬다는 증거가 없다는 쪽으로 갈립니다.
지난 달 말 선거법 위반 혐의로 구속영장을 청구해야 한다는 수사팀 의견에 대해 법무부가 증거 보강을 지시한 것도 바로 이런 엇갈린 시각때문이었습니다.
결국 수사팀은 선거법은 적용하되 불구속기소하는 선에서 절충안을 올렸고 법무부는 장고끝에 이를 수용했습니다.
선거법 논란을 법원의 판단에 맡겨보자는 겁니다.
이로써 국정원 댓글사건에 대한 검찰 수사는 사실상 마무리됐습니다.
그러나 새정부가 들어설 때마다 전직 국정원장이 법정에 상황이 이번에도 되풀이 됐습니다.
국정원이 가야할 올바른 길은 무엇인지 진단했습니다.
<리포트>
문민정부의 안기부장을 지낸 권영해 씨.
1997년 대선을 앞두고 김대중 당시 후보의 당선을 막기 위해 일명 '북풍' 사건을 일으켜 징역 5년 형을 받았습니다.
지난 2005년에는 국정원장 재임기간 동안 정치인과 기업인을 광범위하게 도청한 사실이 드러나 임동원, 신건 씨 등 전직 국정원장 2명이 동시에 구속되기도 했습니다.
'나는 새도 떨어뜨린다'던 역대 정보기관 수장들은 이처럼 정권만 바뀌면 줄줄이 몰락했습니다.
<녹취> 이상돈(중앙대 명예교수) : "국가안보를 지키고 국익을 지켜야 된다는 생각을 해야 하는데 이 사람들이 정권 안보만 생각하니까 발생한 거죠."
이런 악순환을 끊으려면 국정원이 정치적 중립을 확실히 지킬 수 있도록 엄격한 장치를 마련해야 합니다.
국정원의 예산과 사업 등에 대한 국회의 통제가 더 필요하다는 의견도 있습니다.
<녹취> 오시영(숭실대 법대 학장) : "국회가 국정원의 예산, 인사를 감시해 활동을 통제할 수 있도록 지금보다 더욱 세세한 통제장치를 마련해야 한다.또 국내 정보 수집보다 해외 업무를 확대하는 방향으로 업무를 개편하는 것도 중요합니다."
갈수록 중요해지는 산업 정보 유출을 막는 등 국익과 직결되는 정보 수집에 국정원의 역량을 집중해야 한다는 겁니다.
KBS 뉴스 김시원입니다.
■ 제보하기
▷ 카카오톡 : 'KBS제보' 검색, 채널 추가
▷ 전화 : 02-781-1234, 4444
▷ 이메일 : kbs1234@kbs.co.kr
▷ 유튜브, 네이버, 카카오에서도 KBS뉴스를 구독해주세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