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앵커 멘트>
고령화로 농어촌 지역에서 병원 진료를 받아야 하는 노인들이 갈수록 많아지고 있는데요.
하지만 우리나라 병원 10곳 가운데 9곳은 도시에 있고, 종합병원 가운데 군 단위에 있는 병원은 7% 정도에 불과합니다.
이렇다보니 농어촌 노인들에게는 병원 한번 가기가 쉽지 않고 결국 제 때 진료를 못 받아 병이 악화 되는 경우가 많습니다.
농어촌지역 의료 실태와 대안을 박은주, 김성주 두 기자가 집중 보도합니다.
<리포트>
높은 산으로 둘러싸인 강원도 화천의 산골 마을.
78살 이순임 할머니가 아침부터 바쁘게 외출 준비를 합니다.
집 근처 보건 지소에 위내시경 장비가 없어 춘천으로 가야하기 때문입니다.
<인터뷰> 이순임 : "쓰리고 답답하고 그냥 콱 막힌 것 같고..."
춘천까지 다녀오려면 하루 종일 고생길입니다.
버스 정류장까지 20분을 걷고, 마을 버스와 시외 버스, 시내 버스를 차례로 갈아타야 병원에 도착하는데, 거리로는 25km지만 걸리는 시간은 2시간이 넘습니다.
<녹취> "아이고 더워...힘들어 죽겠네."
집에서 출발해 진료를 마치고 다시 돌아가는 데는 꼬박 7시간이 걸립니다.
이처럼 번거롭고 힘들다보니 시골 노인들은 병을 참고 지내는 경우가 많습니다.
<인터뷰> 최동욱(강원대학교병원 소화기내과 전문의) : "진단이 늦어지고, 오셨을 때는 병이 많이 진행한 상태로 오신 분들이 꽤 많이 있습니다."
전국민 의료보험 시대라고 하지만 검진조차 제때 받지 못하는 것이 농어촌 의료의 현실입니다.
<리포트>
경상북도가 1년 전부터 운영중인 이동 보건소입니다.
디지털 X-레이와 초음파 검사기, 골밀도 측정기같은 진단 장비를 갖추고 있습니다.
농어촌 보건소에서는 보기 힘든 장비들입니다.
<녹취> "허리를 다쳐서 걷지를 못해서 불편해요. (허리가 아프세요?)"
이런 이동 보건소 차량은 경상북도에 모두 3대가 있는데, 노인 맞춤 진료를 위해 마련됐습니다.
의료 시설 접근이 어려운 시골 마을의 순회 진료에 사용되고 있습니다.
<인터뷰> 권월순(경북 성주권 신계리) : "(병원이 멀어서) 내가 내 몸을 챙겨서 어디 아파도 갈 수가 없었는데 (이동보건소가)이렇게 오니까 얼마나 고맙습니까..."
농어촌 지역의 의료 공백을 메꾸기 위해서는 이같은 이동 보건소처럼 다양한 의료서비스의 개발이 무엇보다 중요합니다.
몇 개 군단위를 묶어 접근이 쉬운 거점 보건소를 선정하고 이동보건소 차량 수준의 진단 장비와 인력을 배치해야 한다는 의견도 있습니다.
<인터뷰> 함명일(순천향대학교 보건행정학과 교수) : "지역주민의 필요에 의한 의료서비스를 제공할 필요가 있거든요. 지역주민들의 질병을 체계적으로 관리할 수 있는 거점기관이 필요하죠."
이를 위해 현재 농어촌 보건소 150여 곳에 골고루 지원되는 정부 예산 50억 원을 거점 보건소 중심으로 집행하는 방안을 고려할 필요도 있습니다.
또 장비 지원이 힘든 농어촌 보건지소는 지역 의료원이나 민간병원과의 협진을 강화하고 섬이나 산간 벽지의 보건시설에까지 원격진료 장비를 늘리는 것도 대안으로 제시되고 있습니다.
KBS 뉴스 김성주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