검찰이 CJ그룹의 비자금 조성 의혹의 정점에 있는 이재현 회장을 1일 구속함에 따라 막바지 수사의 피치를 올릴 전망이다.
검찰은 본격 수사에 착수한 지 한 달여만인 지난달 25일 이 회장을 피의자 신분으로 전격 소환 조사한 데 이어 다음날 곧바로 구속영장을 청구했다.
2008∼2009년 대검 중수부가 내사해온 자료가 축적돼 있는데다 이번 수사를 통해 이 회장의 혐의를 입증할 증거를 충분히 확보했기 때문에 검찰이 단 한 차례의 조사로 이 회장의 구속영장까지 발부받을 수 있지 않았겠느냐는 분석이다.
검찰이 이번에 영장에 적시한 이 회장의 범죄사실은 700억원대 세금을 포탈하고 CJ그룹 계열사 자금 1천억원대를 횡령했으며 일본 도쿄의 빌딩 2채를 구입하는 과정에서 회사에 300억원 안팎의 손해를 끼쳤다는 혐의인 것으로 전해졌다.
그러나 이 회장의 구속은 검찰 수사의 2라운드를 예고하는 서막이기도 하다.
이 회장이 임직원 명의를 빌려 서미갤러리를 통해 1천억원대 미술품 거래를 하면서 비자금을 세탁한 의혹과 차명재산으로 CJ 계열사 주식을 사고팔면서 주가를 조작한 의혹 등은 아직 조사가 마무리되지 않았다.
검찰은 CJ그룹 임직원들이 2005년 이후 고가의 미술품 200∼300여점을 자신들 명의로 사들인 사실을 확인하고 미술품의 구입 경위와 자금의 출처, 작품의 실소유주 등을 조사해 왔다.
이 과정에서 실제로는 이 회장이 그룹 임직원들의 이름을 빌려 미술품을 구입했고, 거래 과정에 동원한 자금은 비자금일 가능성이 크다고 보고 검찰은 명의자-소유자 확인과 자금 흐름을 파악 중이다. 이 회장에게 명의를 빌려준 그룹 임직원은 수십 명에 이르는 것으로 전해졌다.
검찰의 보강 수사를 통해 미술품 거래 의혹이 입증되면 이 회장에게는 재산 국외 도피 혐의가 추가될 가능성이 크다.
2008∼2010년 차명재산으로 CJ와 CJ제일제당 주식을 사고팔면서 주가를 조작한 의혹에 대해서도 보강 수사를 벌이고 있다.
검찰은 금융감독원에 CJ그룹 관련 차명계좌들의 거래 내역에 대한 분석을 의뢰해 놓은 만큼 결과를 받아보고 수사를 마무리 짓겠다는 입장이다.
홍콩과 싱가포르 등 2곳의 현지 당국에 요청한 CJ그룹의 차명계좌 거래 내역도 아직 도착하지 않은 것으로 알려졌다.
검찰이 체포영장까지 청구하며 신병 확보에 나선 CJ중국법인 임원 김모씨의 조사 여부도 후속 수사의 변수 중 하나이다. 김씨는 CJ그룹 회장실장을 지내는 등 이 회장의 '금고지기'로 알려진 핵심 인물 중 한 명이다.
검찰은 중국에 머무는 김씨에게 수차례 소환을 통보했으나 김씨는 불응하고 있다. CJ측과도 연락이 닿지 않는 것으로 알려졌다.
검찰 수사가 마무리되는 시점에는 이 회장이 관리한 전체 비자금의 규모도 드러날 것으로 보인다.
검찰은 수사 과정에서 이 회장의 차명 재산이 7천억원대인 것으로 파악했으나 이 가운데 어느 정도가 불법 자금인지는 아직 확정 짓지 못한 것으로 전해졌다.
일각에서는 이 회장이 국세청 세무조사나 검찰 수사 무마를 위해 정관계 로비를 한 것 아니냐는 의혹도 제기하고 있다.
검찰은 구속된 이 회장을 조만간 불러 보강 조사를 강도 높게 진행한 뒤 이달 중순께 추가 확인된 혐의를 적용해 기소하고 수사를 일단락지을 것으로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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