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앵커 멘트>
명성황후하면 일제 낭인들의 칼날에 무참히 시해된 비운의 여인으로 잘 알려져 있죠.
그런데 알려진것과는 달리 변을 피해 살아있었을 가능성이 있다는 내용을 담은 외교 문서들이 발굴돼 학계가 주목하고 있습니다.
조성훈 기자입니다.
<리포트>
1895년 10월 8일 이른 새벽, 경복궁 건청궁, 당시 왕비가 잠든 침소로 일본 낭인 무리가 들이닥칩니다.
이어지는 참변...
그동안 역사가 기록해 온 명성황후 최후의 순간입니다.
그런데 황후가 이 자리를 피해 살아 있었을 가능성을 내비치는 외교 문서들이 잇따라 나왔습니다.
을미사변 다음해인 1896년 2월, 러시아 주재 독일 대사가 독일 총리에게 보낸 비밀문서입니다.
당시 한반도 정세에 깊숙히 관여해온 러시아 외교장관의 말을 인용해, 명성황후가 살아있다는 보고를 올립니다.
비슷한 시기 서울 주재 영국 총영사는 황후의 생존에 대해 고종이 여전히 말을 하지 않고 있다고 본국에 보고했습니다.
을미사변으로 황후가 시해돼 불태워졌다는 그간의 기록과는 배치되는 내용입니다.
<인터뷰> 정상수(방통대 교수/문서발굴) : "국모가 일본인들에게 의해서 시해됐다고 하는 그런 모욕적인 부분에 대해서는 이 문서들을 통해서 극복할 수 있는 계기가 될 것으로 봅니다."
학계에선 그러나 이 문서들이 사변이후 외교가의 풍문을 모았거나, 일제의 역선전일 가능성도 있다며 신중한 입장입니다.
<녹취> 김영수(박사 /동북아역사재단) : "새로운 사료를 발굴한 것은 의미가 있지만, 러시아나 일본, 한국, 영국 등의 사료를 더 보강해서 관련 사실들을 확인할 필요가 있다고 생각합니다."
구한말 격동의 한반도 한가운데서 비운의 최후를 맞이했던 명성황후, 그 역사적 진실에 대한 새로운 조명이 시작되고 있습니다.
KBS 뉴스 조성훈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