CJ그룹은 검찰의 비자금 수사가 정·관계 로비 의혹으로 확대되는 조짐을 보이자 긴장하는 기색이 역력했다.
특히 주말 사이 허병익 전 국세청 차장이 구속되고 전군표 당시 국세청장에 대한 구체적 로비 정황이 터져 나오자 당혹감을 감추지 못했다.
그룹의 한 관계자는 29일 "검찰의 수사 상황에 대해서는 특별히 할 말이 없다"며 "조사를 지켜볼 뿐"이라며 말을 아꼈다.
그러나 내부적으로는 이재현 회장의 구속기소와 함께 일단락되는 듯했던 검찰 수사가 `2라운드'로 접어드는 게 아니냐는 우려가 커지고 있다.
이제까지 수사 초점이 탈세와 비자금 조성에 맞춰져 있었지만, 국세청을 비롯한 정·관계 실세들에 대한 로비로 문제가 번지면, 최악에는 이재현 회장에 대한 추가 기소가 불가피하다는 비관적 전망도 나오고 있다.
이미 그룹 안팎에서는 지난 정권에서 차관급 실세였던 일부 인물을 로비 대상으로 지목, 구체적 이니셜이 거론되는 상황이다.
한 관계자는 "어느 정도 문제가 일단락됐다고 생각하는 시점에서 새로운 문제가 터지자 당혹스러운 것이 사실"이라며 "더구나 로비 같은 문제는 아무도 알 수 없는 사안이기 때문에 더욱 촉각을 세우고 있다"고 분위기를 전했다.
다만, 그룹의 주력사인 CJ제일제당의 대관 담당 임원을 비롯해 상당수가 이미 추가로 검찰수사를 받아 전혀 예상하지 못한 상황은 아니었던 것으로 전해진다.
또 다른 관계자는 "정관계 로비로 검찰 수사가 진행 중이라는 설이 돈 것은 사실"이라며 "하지만 이 정도로 크게 문제가 터져 나올 것이라고까지는 생각하지 못했다"고 말했다.
재계 안팎에서는 이번 로비수사가 지난 정권의 주요 인사들에까지 확대될 경우 본격적인 `게이트 사정'으로 확대할 수 있다는 점에서 경계하고 있다.
재계 관계자는 "이제까지 CJ 수사는 현 정부 들어 첫 대기업 수사이자, 경제민주화 의지를 가늠하는 시금석이라는 의미가 컸다"며 "그러나 정·관계 로비 문제가 터지면 완전히 다른 양상으로 바뀔 수 있다"고 우려했다.
그는 "앞으로 검찰 수사의 방향과 사실 관계가 어디까지 밝혀지느냐에 따라 대형 사건으로 번질 수도 있다"고 덧붙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