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해설] 현대판 ‘딸깍발이’

입력 2013.08.08 (07:35)

수정 2013.08.08 (07:48)

[임오진 해설위원]

‘딸깎발이’란 옛 말이 있습니다. 비오는 날 신는 신을, 돈이 없어 맑은 날에도 신고 다녀 “딸깎,딸깎” 소리가 났다는 얘기에서 유래된 말입니다. 가난한 선비를 상징합니다. 하루가 멀다하고 터져나오는 비리와 부패의 홍수속에 모처럼 현대판 ‘딸깎발이’가 화제가 되고 있습니다. 청렴의 대명사로 여겨지는 조무제 전 대법관 얘깁니다.

조무제 전 대법관은 20년 전 공직자 첫 재산신고 때 6천4백만원을 신고했습니다. 고위법관 백여명 중 꼴찌였습니다. 이때부터 월급을 쪼개 틈틈히 모교에 발전기금으로 기부한 돈이 8천만원을 넘었습니다. 장관급인 대법관 시절에는 보증금 2천만원의 원룸에 살면서 전용차량도 마다하고 대중교통을 이용했습니다. 대법관을 마치고는 주변의 모든 권유를 뿌리치고 부산 모교로 내려가 후진양성에 매진하고 있습니다. 이번에는 부산법원에서 조정위원을 하면서 “하는 일에 비해 수당이 많다”며 수당을 절반으로 스스로 깎았습니다.

또 있습니다. 역시 대법관을 지낸 김능환 전 중앙선관위원장입니다. 퇴직과 동시에 부인이 운영하는 동네 편의점에 정착 했습니다. 한겨울에 두툼한 외투를 걸치고 손님을 상대했습니다. 그를 옆에서 지켜보는 부인은 “자랑스럽다”고 했습니다. 이같은 삶 뒤에는 가족의 이해와 희생도 컸을 겁니다. 돈 보다 명예를 지키는 일, 혼자서는 결코 쉬운 일이 아니기 때문입니다. 그만한 경력이면 수십억원의 연봉을 받을 수 있는데도, 이들의 선택은 신선한 감동으로 다가 옵니다.

조선시대 5백년 동안 청백리는 250명 정도가 손꼽힌다고 합니다. 드러나지 않은 사람도 많이 있을 겁니다. 그들의 정신을 묵묵히 이어 가고 있는 조무제 ,김능환 전 대법관은 모두의 귀감입니다. 가난이 무능으로 치부되는 세태에서 그래도 우리사회가 희망이 있다는 안도감을 주고 있습니다. 그래서 이들의 존재가 더욱 빛이 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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