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 시즌 프로야구 4강의 행방을 두고 한 치 앞을 내다볼 수 없는 공방이 계속되는 가운데 개인타이틀을 향한 선수들의 경쟁도 오리무중이다.
22일 경기에서는 홈런 선두를 다투는 최정(SK), 박병호(넥센·이상 24개), 최형우(삼성·23개)가 나란히 대포를 가동해 경쟁에 한층 불을 붙였다.
4위 이범호(KIA)가 17개로 처져 있어 올해 홈런왕은 셋 중에 한 명이 차지할 가능성이 크지만, 누가 승자가 될지는 전혀 예측할 수 없다.
남은 경기 수로 따지면 33경기를 남겨둔 SK의 최정이 30경기씩 남은 박병호·최형우보다 조금 더 기회가 많지만, 페이스를 생각한다면 큰 의미는 없다.
최정이 7월 홈런 2개에 그쳤다가 8월에만 6개의 홈런을 때렸다. 박병호와 최형우는 이달 2개씩밖에 기록하지 못했지만 7월 한 달간 각각 8개와 9개의 대포를 쐈다.
세 선수 모두 한 번 감각이 올라오면 무섭게 몰아치는 셈이다.
각자의 소속팀이 모두 치열한 순위 다툼의 한가운데에 있는 만큼 마지막까지 얼마나 집중력을 발휘하느냐가 홈런왕 타이틀을 판가름할 변수가 될 전망이다.
다른 타격 지표에서도 셋은 치열한 순위 공방전을 진행 중이다.
타점 부문에서는 박병호가 79개, 최형우가 78개를 올려 1∼2위를 달리고 있다. 공동 3위인 김현수(두산)와 강정호(넥센)도 나란히 76개로 크게 뒤지지 않아 섣불리 누군가의 승리를 점치기 어렵다.
출루율(박병호 0.437, 최정 0.436), 장타율(최정 0.584, 박병호 0.578) 등에서도 큰 차이가 없다.
세 선수만 경쟁을 벌이는 것이 아니다.
채태인(삼성), 손아섭(롯데)과 함께 '재야의 강호'가 즐비한 타율 경쟁도 흥미롭다.
22일까지 채태인이 0.356을 기록해 손아섭(0.347)과 격차를 벌린 것으로 보이지만, 앞으로 누가 새 경쟁자로 튀어나올지 모른다.
LG의 '큰' 이병규(0.371)와 이진영(0.354)이 언제 규정타석을 채워 난데없이 상위권에 끼어들지 예상하기 어렵다.
22일까지 이병규는 284타석, 이진영은 298타석에 들어서 규정타석(310타석)에 각각 26타석, 12타석 모자란다. 꾸준히 경기를 치르면 언젠가 채울 수 있는 격차다.
게다가 채태인도 삼성의 규정타석(303타석)보다 고작 다섯 차례 더 들어선 상황이라 한 번 삐끗하면 순위표에서 이름이 사라질 수도 있는 처지다.
스윙 감각만이 아니라 건강까지 꾸준히 유지하는 선수가 올해 타격왕의 영예를 차지할 가능성이 커 보인다.
투수 부문은 타자들에 비해 윤곽이 잡힌 편이지만, 여전히 전쟁터인 곳이 더러 있다.
먼저 세이브 부문에서는 손승락(넥센)과 봉중근(LG)이 나란히 31세이브를 올려 선두를 달린다.
팀 승리를 지키는 중요한 자리인 만큼 모처럼 가을야구를 향해 질주하는 두 팀의 시즌 농사 결과에 따라 함께 울고 웃을 가능성이 커 보인다.
홀드 부문에서는 LG 이동현이 20개로 선두를 달리는 가운데 한현희(넥센)가 18개, 안지만(삼성)·이명우(롯데)·류택현·정현욱(이상 LG)이 나란히 16개로 뒤쫓는 중이다.
확실한 셋업맨이 사라져 모든 팀이 뒷문 불안을 호소하는 가운데 어느 팀의 허리가 마지막까지 가장 잘 버텨낼지 관심을 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