美 당국자 “北 핵보유” 언급 의미는…‘비핵화 강조’

입력 2013.09.24 (07:29)

수정 2013.09.24 (09:18)

벤 로즈 미국 백악관 국가안보회의(NSC) 부보좌관이 23일(현지시간) "사실 북한은 핵무기를 갖고 있다"고 말한 것을 계기로 과연 북한을 핵보유국으로 분류할 것인가라는 논란이 재연되고 있다.

로즈 부보좌관의 발언은 제68차 유엔총회에서 버락 오바마 대통령의 활동을 설명하는 과정에서 나왔다. 특히 오바마 대통령이 이번 유엔 무대를 활용해 이란의 핵개발을 저지하기 위한 적극적인 행보를 펼칠 것으로 전망되면서 '그렇다면 북한 문제는 어찌되느냐'는 물음에 답한 내용이었다.

말하자면 같은 핵무기 개발국가로 국제사회에서 지목된 북한과 이란이 같은 반열에서 비교하는 것이 무리라는 점을 강조한 것이 이날 발언의 요지였다.

그는 "실제로는 북한은 이미 핵무기를 가지고 있다. 북한은 핵무기를 획득했고 2006년 초 실험도 했다. 그러나 이란은 핵무기를 아직 보유하지 못하고 있다"고 말했다.

하지만 미국 백악관의 고위 당국자의 입에서 북한의 핵무기 보유가 언급된 것은 그 나름 곱씹어볼 대목이다.

통상 국제사회에서 통용되는 '핵보유국'의 의미는 두 가지로 구분된다.

우선 핵무기비확산조약(NPT) 체제하에서 특례적으로 인정하는 핵보유국으로 미국과 러시아, 중국, 영국, 프랑스가 해당된다. 이른바 핵보유 인정 5대 국가들이다.

이와 달리 인도와 파키스탄, 이스라엘처럼 NPT에는 가입하지 않았지만 사실상 핵무기를 보유하고 있는 것으로 인정받는 나라들도 있다.

북한은 현재 NPT를 탈퇴한 상태다. 따라서 북한을 핵보유국으로 인정한다면 후자의 경우가 되는 셈이다.

이미 3차례에 걸쳐 핵실험을 한 북한을 놓고 '사실상의 핵보유국'으로 인정하는 기류는 국제사회에서 확산하고 있었다. 민간단체이긴 하지만 지난해 1월 군축관련 비정부기구(NGO)인 핵위협방지구상(NTI)이 북한을 9대 핵보유국에 포함시킨 보고서를 발표했다.

북한도 지난해 5월 헌법을 개정하면서 '핵보유국'임을 명기한 것으로 드러났다.

로즈 부보좌관의 발언에 대해 정부 당국자는 "핵실험을 3차례나 하고 영변에 핵시설을 대거 갖추고 있는 북한을 핵보유국으로 추정한다는 의미이지 북한을 공식적으로 핵보유국으로 인정한다는 뜻은 아니다"고 강조했다.

또 북한의 핵개발 단계가 이란과 달리 이미 한참 진행된 상황인 만큼 '비핵화 목표'를 구현하기 위해 강조한 발언이라고 이 당국자는 덧붙였다.

로즈 부보좌관도 "북한처럼 이미 문턱을 넘은 국가의 비핵화를 추진해야" 하는 것의 중요성을 강조했다.

결국 로즈 부보좌관의 발언은 핵개발 단계가 다른 이란과 북한에 대한 대응책에서 차별성을 둬야 한다는 미국 정부의 전략을 체감적으로 설명한 것으로 풀이된다.

또 한국과 미국 정부가 그동안 거듭 강조해온 것처럼 북한의 핵보유를 공식 인정하는 것이 아니라 북한의 핵포기(비핵화)를 유도하기 위한 정책을 구사해야 함을 역설적으로 강조한 것으로 평가된다.

이는 북한이 진정성 있는 비핵화를 위한 행동을 먼저 보이기 전에는 협상을 재개할 수 없다는 논리로 연결된다. 말하자면 북한을 향해 '확실한 조건'을 충족해야 상대하겠다는 의지를 천명한 것이다.

하지만 어찌됐든 같은 핵무기 개발을 추구하는 이란을 향해 적극적인 대화의 손짓을 보내는 미국이 북한에 대해서는 '전략적 무시'를 지속하는 현재의 비정상적 상황에 대한 비판 여론이 고조될 수 있다.

이에 따라 이번 유엔 총회를 계기로 이란과 북한의 차별성이 부각되면서 한동안 외면받아왔던 북한 문제도 미국 외교의 현안으로 재인식될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는 상황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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