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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윗물이 아랫물 흐려' 대형 건설사들이 담합 주도
검찰이 24일 발표한 '4대강 살리기 사업' 입찰 담합 수사 결과로 대형 건설사들의 고질적인 '짬짜미' 행태가 다시 한 번 확인됐다.
검찰은 이들 대형 건설사의 담합으로 3조8천억원 상당의 예산이 투입된 보(洑) 공사에서만 수백억원의 예산이 허투루 쓰였다고 지적했다. 국민의 피땀 어린 혈세가 건설사들 작당으로 허공에 뿌려진 셈이다.
◇입찰 주도 나선 건설업계 '형님들' = 4대강 살리기 사업의 1차 턴키 공사(보 건설)는 현대건설과 삼성물산, 대우건설, 대림산업, GS건설 등 소위 '빅5' 건설사와 SK건설이 주도해 이뤄진 것으로 드러났다.
이들 건설사의 입찰 담합은 2008년 초부터 태동한다.
현대 등 빅5 건설사들은 2008년 초 '한반도 대운하 건설사업' 추진을 위해 민자 컨소시엄을 구성했다.
그러나 2008년 6월 한반도 대운하 건설사업은 국민의 반대여론으로 속도를 내지 못하다 결국 포기되고 그해 12월 '4대강 살리기 사업'으로 새로 추진되면서 사업방식도 민자사업에서 '재정사업'으로 전환됐다.
5개 건설사는 이전에 만들었던 컨소시엄을 해체하지 않고 그 체제를 그대로 유지했다. 대운하 민자사업에 참여하려고 별도의 컨소시엄을 구성했던 SK건설을 영입해 새로 6개사의 협의체를 구성했다.
이후 포스코건설과 현대산업개발 등 경쟁 가능성이 있는 다른 건설사들까지 영입해 2009년 4월 초 19개 건설사의 모임을 결성했다.
협의체에 참여한 건설사들은 빅5와 SK건설 등 6개사 운영위원회의 조정 하에 턴키 공사에 관한 각사의 지분율을 정한 '민간투자사업 협약'을 체결하게 된다. 다른 건설사들의 경쟁입찰 가능성을 사전에 봉쇄한 것이다. 이때 주도적 역할을 한 곳이 현대건설이다.
6개사 운영위원회는 2009년 4월27일 정부의 '4대강 살리기 마스터플랜' 중간 발표에 앞서 관련 자료를 미리 입수해 보 공사의 공구배분에 착수했다.
전체 16개 공구 중 영산강 2개 공구는 지역 연고가 있는 기업에 배분하기로 했다. 나머지 14개 공구를 6개사가 2개 공구씩 나눠 갖고 포스코와 현대산업개발에 각 1개 공구를 배분하기로 합의했다.
이들은 유찰을 막고 경쟁 없이 낙찰을 받으려고 서로 '들러리'를 서주기로 짰다. 일부 대형 건설사들은 규모가 작은 건설사들을 들러리로 섭외하기도 했다.
건설사들은 결국 담합대로 대부분 낙찰을 받았다. 특히 발주처의 예정가격 대비 최종 낙찰금액 비율인 낙찰률이 대부분 90%를 넘었다.
◇'들러리 입찰' 꼼수에 예산 수백억 낭비 = 대형 건설사들은 '들러리 입찰'이란 꼼수를 부려 입찰 담합의 '완성도'를 높였다.
공구를 배분한 건설사들은 배분된 공구에서 경쟁 없이 낙찰을 받으려고 서로 들러리를 서주거나 중견 건설사를 들러리로 세웠다.
들러리 업체들은 설계점수와 가격점수를 합해 낙찰자를 결정하는 턴키 입찰에서 설계점수가 일부러 낮게 나오도록 꾸몄다.
낙찰 예정 건설사의 원 설계 도면을 받아 그것보다 완성도가 떨어지는 설계인 속칭 'B설계'를 작성하는 식이다. B설계에는 보를 설계할 능력이 부족한 설계업체들을 동원한 것으로 드러났다.
들러리 업체들은 B설계를 할 때 비용을 줄이려고 발주처가 입찰에서 탈락한 건설사들에 지급하는 '설계보상비' 안에서 설계 용역비를 지급했다. 각종 측량과 조사도 과감히 생략했다. 실제 검찰 조사결과 14개 공구 대부분에서 B설계의 용역비는 A설계 용역비의 50∼60% 수준으로 드러났다.
들러리 업체들은 속칭 '따붙이기'라는 수법도 썼다.
'따붙이기'란 최종 인쇄돼 제본까지 마무리한 설계도 곳곳에 종이를 오려 덧붙여 수정하는 기법을 말한다. 업계에서는 금기시되는 행태임에도 심사위원들에게 '졸속 설계'라는 인상을 주려고 동원된 수법이다.
낙찰 예정 건설사들은 들러리 업체들과 투찰 가격도 사전 조율했다. 들러리 업체들이 사전에 약속한 투찰 가격에 응찰한 사실을 확인한 뒤 낙찰 예정 건설사들이 투찰 가격을 써냈다.
담합이 확인된 14개 보 공사에서 지급된 설계보상비 총액은 293억원이다. 결국 들러리로 참여한 업체들의 설계비를 보전해주기 위해 국가 예산이 그만큼 낭비된 셈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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