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9일 끝난 한국시리즈 5차전은 양팀 감독의 반 박자 느린 투수 운용에 따라 크게 요동쳤다.
5-5로 맞선 8회 터진 박한이의 천금 같은 2타점 적시타에 힘입어 7-5로 승리한 덕분에 벼랑 끝에서 탈출하기는 했으나 류중일 삼성 라이온즈 감독은 투수 교체 때문에 큰 아쉬움을 남길 뻔했다.
3승 1패로 앞섰으나 7차전까지 간다는 각오로 임한 김진욱 두산 베어스 감독도 적극적인 불펜 운용을 펴지 못해 결국 패배의 빌미를 줬다.
닷새 전 1차전 선발이던 삼성 우완 윤성환의 공은 이날도 좋지 못했다.
타선이 1회 석 점이나 벌어줬으나 2회 최준석에게 홈런을 얻어맞아 1점을 준 뒤 4-1로 앞선 3회 1사 후 몸에 맞은 볼과 안타를 거푸 허용해 1,2루 위기를 맞았다.
전 타석에서 홈런을 친 최준석 타석에서 김태한 투수코치가 마운드에 올랐으나 상태를 확인할 뿐 윤성환에게서 공을 빼앗지 않았다.
전날 배영수가 흔들리자 2회 곧바로 차우찬을 올려 서둘러 계투 작전을 편 것과 상반된 장면이었다.
준플레이오프, 플레이오프를 거치며 최준석이 꾸준한 장타력을 뽐낸 사실을 전력 분석을 통해 알았음에도 무리하게 정면 대결을 펼쳤다가 호되게 당했다.
윤성환은 최준석에게 1타점 좌전 적시타를 내준 뒤 계속된 1,2루에서 오재일에게 좌중간을 가르는 2루타를 통타당해 2점을 더 줘 4-4 동점을 허용한 뒤에야 마운드를 안지만에게 넘겼다.
이날 패하면 시즌을 접어야 하는 절박한 상황에서 삼성은 안지만, 오승환은 물론 6차전 선발인 릭 밴덴헐크까지도 조기 동원해야 했지만 투수교체 시점을 놓쳐 고전했다.
5-5 동점이던 8회에는 두산 벤치가 투수 교체 실수로 삼성을 도왔다.
김진욱 감독은 팀의 세 번째 투수 윤명준이 선두 진갑용에게 중전 안타를 맞자 정재훈 카드를 뽑아들었다.
현재 두산 불펜 투수 중 가장 힘이 센 볼을 던지는 윤명준은 전날 귀중한 세이브를 올리며 팀을 우승 직전으로 이끌었다.
다음 타자인 9번 정병곤이 보내기 번트를 감행할 공산이 크다는 점을 고려하면 윤명준을 더 믿고 마운드에 둘만도 했다.
그에 앞서 8회 시작부터 '젊은 피' 오현택과 변진수 등 옆구리 투수를 내보내 삼성의 방망이를 선제적으로 묶을 수도 있었다.
그러나 김 감독은 선두 타자를 내보내 위기에 닥친 뒤에야 경험이 풍부한 정재훈을 내보내고 무실점을 노렸다.
아니나 다를까 정병곤이 번트 동작 후 강공으로 전환해 중견수 앞에 안타를 터뜨리자 김 감독의 계산도 어긋났다.
경기 전 두산은 넉넉히 앞선 상황이 아니면 선발 요원 더스틴 니퍼트를 기용하지 않을 것이라고 못박았다.
또 홍상삼은 폭투에 대한 위험 탓에 동점 상황에 기용할 수 없다고도 했다.
결국 정형식부터 줄줄이 대기한 삼성의 왼손 타자를 고려하면 오현택 또는 변진수를 정병곤 타석에 원 포인트 릴리프로 먼저 쓰고 포크볼로 왼손 타자를 돌려세울 수 있는 정재훈을 이후 투입했다면 다른 결과가 나올 수 있었다.
무사 1,2루에서 정형식의 보내기 번트로 주자를 한 베이스씩 보낸 정재훈은 결국 박한이에게 우익수 앞으로 굴러가는 안타를 맞고 무너졌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