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앵커 멘트>
현존하는 세계 최고의 금속 활자는 자랑스런 고려의 '직지'죠, 그런데 지난 2010년, 이 '직지'보다 최소 138년이나 앞서 제작됐다는 금속활자가 공개됐습니다.
고려시대 불교서적을 인쇄하는데 사용된 '증도가자'인데요, 만약 사실이라면 세계 인쇄술의 역사를 새로 써야 하는 대발견이었습니다만 3년이 지난 지금까지 이 '증도가자'는 그 가치를 제대로 인정받지 못하고 있습니다.
왜 그런지 이하경 기자가 알아봤습니다.
<리포트>
1239년,고려 조정은 불교서적 '남명천화상송증도가'를 간행합니다.
이 책의 금속활자본을 찍는 데 사용된 홀자가 '증도가자'인데 지난 2010년 한 사립 미술관이 해당 활자라며 101점을 공개했습니다.
곧바로 학계에서는 뜨거운 찬반 논란이 벌어졌습니다.
이 활자의 출처가 분명하지 않다는 점과 문자의 부식 상태가 쟁점이 됐습니다.
<인터뷰> 김종춘(증도가자 소유자) : "이것이 일단 개성에서 아니면 나올 수가 없죠. 그러나, 그것이 언제 나왔는지는 우리가 알 수가 없구요."
진위 논란은 활자에 묻은 먹 성분을 탄소 연대로 분석하면서 새로운 국면을 맞았습니다.
대상이 됐던 두 활자 모두 1200년대 이전에 제작됐을 가능성이 높다는 결과가 나왔기 때문입니다.
이후 증도가자는 일본과 미국 등지에서도 관련 학회가 열리는 등 후속 연구가 계속되고 있습니다.
<인터뷰> 남권희(교수) : "유럽이나 미국 등 외국에서 이 활자를 소개 해 달라는 요구가 많습니다."
탄소연대 측정을 통해 고려시대 것으로 확실시되는 것만 현재 11개.
하지만, 문화재청은 3년 넘게 출처 문제를 이유로 뚜렷한 결론을 내지 않고 있습니다.
<인터뷰> 조형진(교수) : "진품이 구별되면, 그걸 가지고 고려시대 금속 활자가 어떻게 만들어졌고, 이런 부분을 연구해야 합니다."
문화재청은 국정감사에서까지 문제가 제기되자 내년부터 관련 예산을 편성해 종합적인 학술 조사를 시작하겠다고 밝혔습니다.
KBS 뉴스 이하경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