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앵커 멘트>
초대형 태풍이 강타한 필리핀 타클로반시에는 우리 교민들도 여러 가족이 살고 있습니다.
폐허로 변한 죽음의 땅을 필사적으로 탈출한 한 가족을 고영태 특파원이 만나봤습니다.
<리포트>
죽음의 땅을 벗어나려는 필사의 탈출 행렬,
가까스로 탈출에 성공한 김병이씨 가족은 곧바로 병원을 찾았습니다.
모두 무사함을 확인하는 순간 엄마의 눈시울이 붉어집니다.
선교사인 김씨의 집은 타클로반 도심, 해안에서 멀리 떨어진데다 콘트리트로 지어져 안전을 믿었습니다.
하지만 하이옌이 몰아치는 순간, 강철 지붕이 날아가고 빗물이 들이닥쳤습니다.
공포속에 사흘을 버틴 김씨 가족, 먹을 것이 떨어지고, 거리에서 총성까지 들리자 탈출을 결심합니다.
<인터뷰> 김병이(선교사) : "밤에는 일찍 해가지고 어둠이 엄습하면 사람들을 믿을 수가 없으니까 공포속에서.."
이웃 주민의 자동차를 빌려 탄 김씨, 약탈이 덜한 남쪽으로 내달렸습니다.
세부로 탈출할 배편이 있는 남쪽 해안가에 도착하기까지 이틀, 김씨 가족은 물 몇 모금에 의지하며 사투를 벌여야했습니다.
아들과 딸, 서로의 격려는 큰 힘이 됐습니다.
<인터뷰> 김은비(딸) : "그렇게 무서지는 않구요 조금 무서웠어요."
가까스로 배표를 구해 한밤중 죽음의 섬을 떠난 김씨 가족은 닷새만에 공포와 악몽에서 벗어났습니다.
<인터뷰> 김병이(선교사) : "태풍 피해보다도 마음의 고통이 더욱 커...."
살던 곳을 통째로 잃은 김씨 가족, 아직도 섬에 남아있을 다른 교민들에게 하루빨리 구조의 손길이 닿기를 기원하고 있습니다.
필리핀 세부에서 KBS 뉴스 고영태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