엉터리 장비로 ‘급식 방사능’ 측정

입력 2014.01.16 (12:15)

수정 2014.01.16 (13:20)

<앵커 멘트>

방사능 오염수 누출 때문에 일본산 먹을거리에 대한 우려가 커지자 국민 불안을 해소한다며 지난해 전국의 교육청들이 앞다퉈 방사능 측정기를 구입했는데요.

KBS 확인 결과 어이없게도 식품용에는 맞지 않는 대기용 측정기였습니다.

박병준 기자가 고발합니다.

<리포트>

경기와 대전,대구 교육청이 학교 급식재료의 방사능을 측정한다며 구입한 휴대용 측정기입니다.

한국표준과학연구원의 도움을 받아 식품 속 방사능을 얼마나 감지할 수 있는지 실험해 봤습니다.

세슘의 식품 방사능 기준치인 100 베크렐로 오염시킨 쌀을 측정했지만 수치 변화가 없습니다.

오염도를 10배로 높인 시료에 갖다 댔더니 수치가 오히려 떨어지기까지 합니다.

이유가 뭘까?

알고 보니 측정기가 식품용이 아닌 대기용이었기 때문입니다.

방사능 환경이 훨씬 높은 곳에서 사용하는 기기라는 얘기입니다.

<인터뷰> 이종만(박사/한국표준과학연구원) : "사실은 식품용으로는 무용지물이라고 할 수 있겠습니다."

일부 교육청은 이런 무용지물 측정기로 급식용 수산물을 검사한 뒤 모두 안전하다는 보도자료까지 냈습니다.

<녹취> ○○교육청 급식담당 : "무책임하다 이런 보도가 수도 없이 나왔어요.우리가 아무것도 안 하는 것 보다는 뭔가를 하고 있다는 것을 보여 주기 위해서라도"

종류는 다르지만 경남과 경북교육청에서 쓰는 측정기도 식품 속에 든 미량의 방사능은 측정할 수 없는 기종입니다.

<인터뷰> 최은희(학부모) : "굉장히 기분이 불쾌하고 필요도 없는 걸 왜 돈을 들여서 하는지 이해가 안돼요."

전국의 5개 교육청이 문제의 휴대용 방사능 측정기를 사는데 쓴 예산은 6천여 만 원.

엉뚱한 측정기에 아까운 세금을 낭비하며 국민을 상대로 한바탕 전시행정을 벌인 셈입니다.

KBS 뉴스 박병준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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