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장추적] 수십억 들인 쓰레기 자동처리시스템 ‘무용지물’

입력 2014.02.26 (21:26)

수정 2014.02.26 (22:07)

<앵커 멘트>

일부 신도시 아파트 단지에 수십억짜리 쓰레기 자동 처리 시스템이 설치됐지만, 자동 처리는 커녕 제대로 작동하지도 않고 있습니다.

사실상 무용지물이 되고 있는 현장, 김경수 기자가 취재했습니다.

<리포트>

인천의 한 아파트 단지,

쓰레기 투입구를 끈으로 꽁꽁 묶어놨습니다.

오래 사용하지 않아 싸놓은 비닐이 조각 조각 뜯겨 나갑니다.

<녹취> 아파트 주민 : "왜 설치했는지 이해를 못하겠어요. 분명 저희 돈이 나간 것 같은 생각이 드는데.."

투입구에 쓰레기를 넣으면 집하장까지 저절로 운반된다는 자동 처리시스템, 지난 2011년 35억 원을 들여 3천세대에 설치됐지만 그동안 한번도 작동하지 않았습니다.

자동은 커녕 입주민들 손만 빌리고 있습니다.

<녹취> 장비 납품업체 관계자(음성변조) : "메인시스템과 저희가 납품한 로컬 말단 장비하고 커뮤니케이션을 해야 되거든요. (그게 안되기) 때문에 가동이 안되는 겁니다"

자동처리시스템을 도입한 또 다른 고층 아파트,

분양 당시 쓰레기 차가 필요없는 친환경 아파트라고 열을 올렸지만 결국 거짓말이 됐습니다.

이 아파트에는 각 층마다 이렇게 쓰레기 투입구가 설치돼 있습니다.

그러나 사용할 수 없어 이렇게 굳게 닫혀 있습니다.

고층에 사는 주민들은 음식물 쓰레기를 버리러 1층까지 수십개 층을 오르내려야 합니다.

<인터뷰> 주민 : "(자동 시스템이라고) 선전을 했고, 우리들은 참 명품아파트로 알고 입주했는데, 높은 분양가를 주고 들어왔는데 결국 우리를 속이고서..."

고층에서 음식물 쓰레기를 버릴 경우 포장이 쉽게 터지는데다 관이 1개 뿐이라 음식물과 일반 쓰레기가 서로 뒤엉켜 막히기 때문입니다.

결국 음식물 쓰레기는 예전처럼 청소차로 수거하고, 일반 쓰레기만 자동시스템을 활용하다 보니 처리 비용만 늘어났습니다.

<인터뷰> 조오상(인천 남동구의회 의원) : "결국 못 쓰고 있는 것 아닙니까..되지도 않는 시설을...수백 억이 이미 분양가에 들어갔는데 주민만 피해 본 겁니다"

최근 신도시 등에 잇따라 도입되고 있는 고가의 쓰레기 자동 처리시스템.

하지만 부실한 기능 때문에 제 값 못하는 무용지물이 됐습니다.

현장추적 김경수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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