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앵커 멘트>
생활고에 시달리던 세 모녀가 집 주인에게 미안하다는 말을 남기고 스스로 목숨을 끊었습니다.
식당일을 하며 두 딸을 먹여 살리던 어머니마저 팔을 다치면서 유일한 소득원이 끊겼는데, 구멍 난 복지제도의 비극이라는 지적이 나옵니다.
홍성희 기자가 보도합니다.
<리포트>
서울의 한 반지하 주택, 지난 26일 세 모녀가 숨진 채 발견된 곳입니다.
'주인 아주머니께 미안하다'는 메모와 마지막 월세 등 70만 원을 남기고 스스로 세상을 등졌습니다.
지병이 있던 30대 두 딸은 카드빚에 몰려 신용불량자가 되면서 일자리를 구하지 못했고, 식당 일을 하던 어머니 박씨마저 최근 팔을 다쳤습니다.
유일한 수입원이 끊긴 겁니다.
벼랑 끝에 몰렸지만, 기초생활수급자 신청을 하지 않았습니다.
주변에 물어볼 사람도 알려주는 사람도 없었습니다.
<녹취> 주민센터 관계자 : "세 분이 다 소득이 없다, 실직하셨다, 그럴 경우에는 수급자 신청 가능하시겠죠."
최근 큰불로 폐허가 된 '화교 사옥' 쪽방에 살던 사람들...
다시 불탄 쪽방촌으로 돌아오거나 일부는 구호 단체의 지원을 받아 인근 고시원에 머물며 하루하루를 근근이 버팁니다.
<인터뷰> 박종만(쪽방 화재 피해자) : "구청에서 (고시원 이용료를) 몇 달을 대줄지 모르지만, 대주고 나면 노숙자라고요."
모두, 우리 사회안전망의 성긴 그물 밖으로 떨어져나간 빈곤층입니다.
<인터뷰> 류정순(한국빈곤문제연구소 대표) : "예산이 너무 적어서 그 예산의 틀 안에서 기준이 까다로워지니까 결국은 많은 사람들이 당장 끼니걱정을 해야되더라도 정부의 지원을 받을 수 없고..."
우리나라의 빈곤층은 모두 4백만, 이 가운데 가난하지만 정부는 지원하지 않는 이런 '비수급 빈곤층'이 절반에 달합니다.
사회 안전망의 구멍을 메울 사회적 연대, 이웃의 관심이 필요한 이유입니다.
KBS 뉴스 홍성희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