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앵커 멘트>
일부 대기업들이 미공개 실적 정보를 증권사에만 먼저 알려준 단서를 금융당국이 대거 포착한 것으로 확인됐습니다.
국내 최대 게임업체인 NHN엔터테인먼트가 첫 조사 대상에 올랐습니다.
김준범, 임승창 기자가 차례로 보도합니다.
<리포트>
인터넷 게임 사이트 한게임을 운영하는 NHN 엔터테인먼트.
12만 원이 넘었던 주가가 지난해 10월 초부터 두 주 동안 2만 4천 원이나 떨어졌습니다.
이 기간 동안 기관과 외국인은 99만여 주를 팔았고 개인은 사들였습니다.
매도 평균가로 계산하면 기관과 외국인은 백억이 넘는 손실을 줄인반면, 개인은 그만큼 손해를 본 걸로 추산됩니다.
<녹취> 00증권사 관계자 : "분기 실적이 생각보다 적게 나왔다 많게 나왔다는 하는 정보 전달로 수익이 조금 나고 그러는데요."
금융위원회는 회사 핵심관계자만 알고 있던 3분기 실적 정보가 증권사 15곳의 애널리스트들에게 사전 유출된 정황을 포착하고 조사에 나섰습니다.
<녹취> 곽대현(NHN엔터테인먼트 홍보팀장) : "조사 협조 요청을 받은 적은 있는데요. 아직 조사 중인 사안이라서 자세한 내용은 말씀드릴 수 없습니다."
금융위는 실적정보를 미리 받았을 가능성이 있는 증권사 애널리스트들의 통화와 문자, 메신저 내역 등을 제출받았습니다.
미공개 정보를 언제 어떻게 알았는지.
기관투자자에게 다시 알려줬는지 여부 등을 조사하기 위해서입니다.
금융위는 실적정보를 사전 유출한 대기업이 두세 곳 더 있다는 단서도 확보한 것으로 알려졌습니다.
KBS 뉴스 김준범입니다.
<리포트>
금융당국이 기업실적정보 사전유출을 대대적으로 조사하는 계기가 됐던 CJ E&M 사건, 이 사건을 조사한 뒤 금융 당국은 실적 정보를 미리 알려준 CJ E&M 직원과 이 정보를 건네받은 증권회사 애널리스트들을 검찰에 고발했습니다.
그런데 정작 미공개 정보를 애널리스트에게 넘겨받아 공매도까지 해가며 수십억 원씩 수익을 올린 펀드매니저들은 처벌하지 않았습니다.
왜 그랬을까요?
실적 정보를 준 기업과 1차 수령자, 즉 애널리스트만 처벌할 수 있도록 법에 규정돼 있기 때문인데요.
발표하지 않은 기업 내부 정보를 이용해 부당한 이득을 챙겨도 처벌을 받지 않는 구조라면 이런 반칙이 사라질 수 없겠죠.
미국과 영국, 유럽연합을 살펴볼까요?
미공개 정보를 이용해 금융 거래를 한 모든 사람이 처벌을 받게 돼있습니다.
부당하게 얻은 이익에 대해선 그 이상의 금액을 추징할 수 있도록 해 더 큰 손해를 보도록 한 겁니다.
우리도 지난해 펀드매니저까지 처벌할 수 있는 자본시장법 개정안이 국회에 제출됐지만 법안은 9달이 넘도록 국회 상임위에서 잠자고 있습니다.
KBS 뉴스 임승창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