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취재후] K리그 ‘전북 전성시대’ 이유가 있다!

입력 2014.11.11 (15:51)

수정 2014.11.11 (15:5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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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4년 프로축구 최강자는 전북 현대 모터스였다. 지난 2011년 이후 3년만에 통산 3번째 정규리그 우승을 확정지은 전북은 본의 아니게 개점휴업 상태다. 지난 8일 제주 원정에서 3대 0의 승리를 거두고 우승의 희열에 빠진 선수단에게 최강희 감독은 2박 3일의 달콤한 외박을 선물했다. 대부분의 선수들이 자리를 비운 적막한 클럽하우스에서 우승의 세 주역, 최강희 감독과 이동국, 김남일 선수를 만나 속깊은 대화를 나눴다. 그 중에 전북의 전성시대를 이끈 이동국의 얼굴이 유독 밝아보였다. 다 이유가 있었다.



이동국은 다음주에 다섯째 아들의 출산을 앞두고 있다. 이미 지난 2007년 재시, 재아란 첫번째 여자 쌍둥이를 안은 데 이어, 2013년에 또 한번 여자 쌍둥이를 얻었다. 10만 분의 일의 확률을 뚫은 이른바 '겹 쌍둥이'의 아빠이자, 딸부잣집 가장이 됐는데, 여기에 또 한명 더 아들까지 품게 됐다.

득남도 기분좋은데 여기에 뜻깊은 선물을 하나를 더 받았다. 바로 현대차 정의선 부회장이 직접 선물한 승합차가 그 주인공이다. 자식 5명과 부인을 태우고 한 차로 다니려면 당연히 승용차 가지고는 턱도 없다. 뒷자리에 TV까지 설치된 이 근사한 승합차를 인터뷰를 하는 날에도 몰고 온 이동국의 곁에선 자식 부자의 달콤한 향기가 났다. 괜히 싱글벙글하는 게 아니었다.



2009년과 2011년에 이어 같은 팀에서 3번째 우승을 맛보고 있는 이동국이 전북의 살아있는 역사가 돼가고 있다면, 터프가이 김남일은 1년 만에 전북의 든든한 맏형이 돼 있었다. 만 37살의 적지않은 나이에 현역으로 뛰고 있는 김남일의 별명은 '진공 청소기'가 아니라 '노인네'로 바뀐지 오래였다.

물론 이 말을 쓸 수 있는 사람은 최강희 감독과 이동국 둘 뿐이겠지만, 그는 이런 별명에도 게의치 않는 듯 씩 웃어보였다. 왜 김남일인가? 란 의문에 대해 박충균 코치가 답을 내놨다.

박 코치는, "남일이가 올해 자기 연봉의 3분의 1은 후배들 밥 사주는 데 썼을걸요?" "코치가 해야될 역할을 남일이가 대신해줘서 고맙습니다."

그랬다. 김남일은 부상으로 쉬고 있을 때 경기에 나가는 주전 선수들 대신, 비주전 후배들을 데리고 밥을 사주며 소통하려고 애썼다. 선수들과 코칭스태프 사이의 가교 역할을 묵묵히 소화했다. 특유의 카리스마는 잠시 접어두고, 후배들의 연애사, 관심사를 들어주면서 팀 분위기를 하나로 뭉치게 만들었다.

이런 남일이 형이 기특했는지, 고마웠는지, 2살 아래 이동국은 이런 농을 던진다. "운동만 끝나면 어디 자꾸 만지고 있어요." "농담 삼아서 발목 아프고 그러면, 고쳐서 쓰려고 하지 말고 쓸 데까지 쓰고(운동)그만두라고 그래요." ^^

김남일의 대답도 걸작이다."치료실에 가는게 무서워요. 동국이 눈치도 봐야 하고..."

이동국과 김남일은 어느새 전북의 '동네 형님' 포스를 발휘하며 밥 값을 하고 있었다.



아무리 좋은 선수가 많아도 우승을 못하는 팀은 부지기수다. 더블 스쿼드, 트리플 스쿼드를 엮어놔도 안되는 집안은 안된다는 얘기다. 그래서 최강희 감독의 리더십이 주목받고 있다.

최 감독은 지난 2005년 7월부터 전북의 지휘봉을 잡아, 벌써 8시즌째 한 팀에서 동고동락하고 있다. 이쯤이면 '한국판 퍼거슨'이라고 불러도 괜찮지 않을까? 최 감독의 리더십을 두고 믿음의 리더십, 소통의 리더십 등 여러가지 분석이 나오고 있지만, 별명이 '봉동 이장'인 최강희 감독의 리더십은 '희생의 리더십'이라고 정의하고 싶다. 선수들을 최대한 편하게 해주면서 자신을 희생시키는 감독이다. 축구단의 모든 정책과 전략의 중심에 선수를 두고 운영해 간다는 의미다.
말은 쉬운데 실천이 어려운 '희생의 리더십'이다.

매경기 전날과 당일 식단까지 철저하게 관리하는 꼼꼼한 면을 가지고 있으면서도, 우스꽝스러운 몸개그도 마다 않는 봉동 이장 최강희 감독. 겉은 허술해보여도 사람 좋아하는 시골 옆집 아저씨 같은 최강희 감독의 전성시대가 녹색 그라운드에 활짝 열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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