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 멘트>
이렇게 말았다 폈다 해도 화면이 그대로죠.
세계 처음으로 개발된 18인치 휘어지는 디스플레입니다.
화학물질이 아닌 나무에서 추출한 원료로 만든 배터리.
물을 뿌리면 1초 만에 마르는 섬유, 반영구적으로 사용이 가능한 인공 심장박동기.
모두 세계 최초란 수식어를 달고 우리가 원천기술을 확보한 것들입니다.
이렇게 원천기술을 확보하면 고부가가치 제품 생산이 가능한데다 밖으로 새어나가는 로열티도 없어 순이익을 높일 수 있습니다.
우리 기업의 미래는 이 원천기술 확보에 달려있다 해도 과언이 아닌데요.
'제조업, 변해야 산다!' 오늘은 우리 원천기술 보유 실태와 개선 방향을 짚어봅니다.
▼ 이런 게 바로 ‘원천 기술’▼
<리포트>
스마트폰 판매 세계 1위인 삼성전자.
하지만, 안드로이드 운영체제를 탑재하면서, 연간 1조 원이 넘는 로열티를 미국 마이크로소프트사에 내고 있습니다.
스마트폰의 신경망이라 할 수 있는 소프트웨어 기술은 미국과 일본에 뒤지는 겁니다.
다른 대표 수출품목 '자동차'도 마찬가집니다.
고압 연료의 압력을 유지해 주는 축압기와 각종 첨단 센서등 디젤차량의 핵심 부품은 원천기술이 없어 수입해야 하는 부품이 적지 않습니다.
<인터뷰> 한국자동차산업연구소 : "하이브리드차 연료전지차, 자율주행차, 스마트카 등 여러 가지 자동차 기능들이 도입되고 있는데 그런 부분에 대해서 원천기술 확보가 더욱 필요한 사항입니다."
▼ 기술 수지 적자, 0ECD 국가 중 최고 ▼
<기자 멘트>
반도체와 화학공정, IT융합, 바이오 등 28개 분야 원천기술 가운데 우리나라가 최고 수준인 것은 단 하나도 없습니다.
미국이 18개 분야 1등으로 최고 기술 보유국이고, 다음이 일본, 유럽 순입니다.
이렇게 원천기술이 부족하다보니 사용료를 주고 기술을 빌려다 쓸 수 밖에 없어 우리나라 기술 무역 수지는 연간 6조 원 넘는 적자를 기록하고 있습니다.
32개 0ECD 국가 가운데 적자 규모가 최댑니다.
고도 성장기에는 빌린 기술로 제품만 만들어 팔아도 성장이 가능했지만, 이젠 원천기술을 갖지 않으면 저성장 시대를 헤쳐나가기 어려울 거라는 지적이 나오는데요, 어떻게 해야 '원천기술'을 더 많이 확보할 수 있을까요?
▼ ‘원천기술’ 강국의 조건은? ▼
<리포트>
지난해 현대자동차가 연구개발에 쓴 돈은 매출액의 2.1%.
반면, 현대차그룹의 두 배 가까운 매출을 올린 독일 폭스바겐그룹은 연구개발비로 5%를 투자했습니다.
경영 실적이 아무리 나빠도 무조건 5%는 떼어놓고 본다는 원칙을 세워뒀기 때문입니다.
<인터뷰> 폭스바겐 한국지사장 : "2008년 세계 경제위기 때도 매출액의 5.5%, 60억 유로 이상을 연구개발비로 투자했습니다."
기술 따라잡기에 바쁜 중국의 전략은 해외 기업 인수 합병을 통한 이른바 '원천기술 삼키기'입니다.
중국 스마트폰 업체인 레노버는 올해 초 모토로라를 인수하면서 세계 3위로 뛰어올랐을 뿐 아니라 2천여 개 특허권도 확보했습니다.
<인터뷰> 한기원(인베스트코리아) : "(글로벌 인수합병은)원천기술이나 핵심기업을 인수하기 위해서 재빠르고 손쉬운 방법이라고 생각합니다."
하지만, 원천기술의 뿌리는 무엇보다 우수한 인잽니다.
우리나라 두뇌유출지수는 지난해 4.6에서 올해 3.7로 떨어졌습니다.
인재 10명 가운데 국내에 남는 사람이 4명도 안된다는 얘긴데요, 선진국과는 큰 차이가 납니다.
원천 기술은 '황금알을 낳는 거위'로 불립니다.
우수한 연구인력을 끌어모으고, 당장 돈이 되는 성과를 내놓지 못해도 꾸준한 지원을 아끼지 않을 때 그 거위를 품에 안을 수 있습니다.
KBS 뉴스 김진희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