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본의 신용등급이 한 단계 떨어짐에 따라 번번이 국내 증시의 발목을 잡아온 엔화 약세의 방향성에 관심이 쏠린다.
전문가들은 대체로 이번 신용등급 강등이 엔저 심화의 재료이기는 하지만 최근 과도하게 이뤄진 엔저 등을 고려할 때 변동성이 크지 않을 것으로 내다봤다.
2일 금융투자업계에 따르면 국제신용평가사 무디스는 전날 일본의 국가 신용등급(국채 신용등급)을 'Aa3'에서 'A1'으로 한 단계 강등했다.
일본 정부가 재정적자 감축 목표를 달성할 가능성이 더욱 불확실해졌다는 점이 등급 강등의 배경이다.
일본 정부가 지난달 18일 소비세율 인상(8→10%) 시기를 애초 내년 10월에서 1년 반 늦추기로 함에 따라 시장에서는 재정 건전성 개선 전망이 더욱 불투명해졌다는 평가가 나왔다.
안기태 우리투자증권 연구원은 "소비세율 인상 지연으로 재정적자 감축이 불투명해졌고 인플레이션을 유발하는 과정에서 국채금리를 높여 이자 부담이 늘어날 수 있다는 것이 신용등급 강등의 주요 배경"이라고 설명했다.
일반적으로 한 국가의 신용등급이 내려가면 해당 국가의 통화는 약세를 보이기 마련이다.
국채 등 채권시장을 중심으로 외국인 자금이 빠져나가기 때문이다.
이 때문에 일본의 신용등급 강등으로 달러·엔의 변동성이 커질 것이라는 분석이 있다.
전승지 삼성선물 연구원은 "앞으로 일본 재정리스크에 따른 달러·엔 환율의 변동성 확대에 주목해야 한다"며 "신용등급 강등과 함께 달러·엔 변동성이 커질 것으로 보여 원·달러 환율도 영향을 받을 것"이라고 말했다.
그러나 최근 엔화 약세 흐름을 고려했을 때 엔저 속도가 둔화할 것이라는 전망도 있다.
안기태 연구원은 "최근 엔화 약세가 미국과 일본의 금리차와 비교해 다소 과도했던 가운데 아베노믹스(아베 신조 내각의 경제정책)에 대한 경계감으로 단기적으로 엔화 약세 속도가 둔화할 것"이라고 분석했다.
실제로 전날 일본의 신용등급 강등 발표 이후 엔화는 일시적으로 약세를 보이다 이내 강보합세를 돌아섰다.
이은택 SK증권 연구원은 "원래 신용등급이 내려가면 통화 약세, 금리 강세의 모습을 보이는데 엔화는 결국 강보합세를 보였고 금리 역시 큰 변화가 없었다"며 "증시 역시 큰 반응을 나타내지 않을 것"이라고 전망했다.
신용등급 강등 후 일본의 금융시장이 크게 요동치지 않은 것은 그동안 엔저 심화가 꾸준히 이어져 추가 엔저의 여지가 크지 않았기 때문으로 분석된다.
달러·엔 환율은 120엔 선에 근접할 정도로 많이 올라 있다.
다만 무디스 외 다른 신용평가사가 일본의 신용등급을 추가로 내린다면 엔저의 변동성이 커질 것이라는 우려도 나온다.
국제 신용평가사인 피치는 최근 일본의 소비세율 인상 연기 결정과 관련해 일본의 신용등급을 연내에 재점검하겠다고 밝힌 바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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