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슈&뉴스] ‘5당 4락?’ 조합장 선거 과열…왜?

입력 2015.02.05 (21:21)

수정 2015.02.05 (22:04)

<앵커 멘트>

전국이 과열 선거 분위기에 휩싸였습니다.

다음 달 11일, 올해 처음 열리는 조합장 동시 선거 때문인데요, 모두 1,328명을 뽑게 됩니다.

공식 선거 운동 기간은 오는 26일부터 선거 전날까지로 한참이나 남았지만 과열돼 있습니다.

예전에는 조합별로 따로 선거를 치르는 데다 조합원 수가 평균 2천 명으로 적다 보니, 느슨한 선거 관리 속에 각종 불법 선거 행위가 난무했습니다.

이를 막기 위해 중앙선거관리위원회 주관 아래 한꺼번에 선거를 치르지만, 과열, 혼탁하기는 마찬가지입니다.

그래서 검찰까지 나섰습니다.

공안검사를 전원 투입하고, 대검찰청이 전국 선거전담 부장 화상 회의까지 열어가며 엄단 의지를 밝히고 있는데요.

불법 선거 운동 실태를 차주하 기자가 보도합니다.

▼조합장 선거 ‘혼탁·불법’▼

<리포트>

지난달 23일, 한 호텔 주차장에서 5천만 원이 담긴 가방이 오갔습니다.

조합장 선거에 출마하려던 전 군의원이, 유력한 상대 후보에게 출마 포기를 권유하며 돈을 건넨 겁니다.

해당 조합의 감사까지 지냈던 전 군의원은 결국 검찰에 구속됐습니다.

<인터뷰> 박재현(창원지검 통영지청 형사1부장검사) : "2억 원을 지급하기로 하고 그중 5천만 원을 직접 현금으로 전달한 사건입니다."

승용차에서 내린 50대 여성이 비닐하우스 뒤로 갑니다.

조합장 출마 예정자인 여성은 150여 명에게 6천만 원 상당의 금품을 건넨 혐의로 검찰에 구속됐습니다.

돈 받은 사실을 자수하지 않으면 최대 50배에 이르는 과태료를 물어야 해 온 마을이 발칵 뒤집혔습니다.

<인터뷰> 주민 : "내가 얻어먹은 거 걸리나 안 걸리나 조마조마할 테지. 누군가는 먹었으니까 이런 소리가 나오는 건데…"

전북 김제에서도 조합장 입후보 예정자가 조합원 3백여 명에게 명절 선물을 돌렸다가 구속됐습니다.

현직조합장이 아닌 출마 예정자들은 13일 동안의 공식 선거운동 기간을 빼고는 자신을 알릴 수 없다 보니 불법 선거 운동이 일어나는 겁니다.

<인터뷰> 조합장 입후보 예정자(음성변조) : "(출마를 알릴 방법이 없어서) 보통 후보자들이 행사장에 모여서 식사나 금품을 제공한다든가, 향응 제공한다든가..."

이번 조합장 동시 선거와 관련해 지금까지 검찰에 입건된 선거사범은 83명, 금품 관련자가 절반이 넘습니다.

▼‘5당 4락’…조합장이 어떤 자리길래▼

<기자 멘트>

조합장 선거를 앞두고 '5당4락'이라는 말을 하곤 합니다.

5억 원을 쓰면 당선되고, 4억 원을 쓰면 떨어진다는 얘기인데요.

조합장이 대체 어떤 자리길래 거액 금품 살포가 판을 치는 걸까요?

조합장은 임기 4년 동안 5천만 원에서 많게는 1억 천만 원가량의 연봉을 받으며 조합의 대표권과 업무 집행권, 직원들의 인사권과 예산권을 행사합니다.

지역 농산물 판매와 '하나로마트' 운영에도 직접 관여하기 때문에 지역 경제에도 막강한 영향을 미칩니다.

신용사업은 어떨까요?

조합장 전결로 대출 금리와 대출 한도까지 정할 수 있습니다.

한 지역 농협의 예산서입니다.

공식적인 업무추진비만 3천5백만 원이고, 회의비, 농정 홍보활동비, 행사지원비 등 곳곳에 조합장이 사용할 수 있는 예산이 있습니다.

게다가 농어촌 지역에서는 이 같은 영향력을 발판으로 삼아 일부 조합장들이 지방선거에서 정치권으로 진출하기도 합니다.

막강한 권한에 비해 견제와 감시가 부실하다는 목소리가 그래서 높습니다.

이진성 기자가 보도합니다.

▼조합장 견제·감시 ‘부실’▼

<리포트>

전산을 조작해 대출 금리를 올리고 47억 원을 챙긴 지역농협의 조합장.

승진을 미끼로 직원들에게서 4천6백만 원을 받은 지역수협 조합장.

권한이 막대하다 보니 각종 비리에 연루됩니다.

그러면 어떻게 견제해야 될까?

농협의 경우 자체적으론 1년마다 중앙회에서는 2년마다, 정기 감사를 실시합니다.

자산이 500억 원이 넘으면 4년마다 외부 감사도 받습니다.

하지만 전국 천백52개 조합을 꼼꼼히 감사하기란 현실적으로 어렵습니다.

<녹취> 지역 조합 관계자 : "업무 전반에 대해서 다 봅니다. (하지만) 서류 위주로밖에 볼 수밖에 없거든요."

농사만 짓던 조합원이 감사를 맡다 보니 전문적인 검증도 쉽지 않습니다.

<인터뷰> 허헌중(좋은농협만들기 전국운동본부) : "감사분들이 대개 현장 출신이다 보니까 전문적인 회계 관리 감독에 대한 전문지식이 좀 부족한 경우가 많겠죠"

ENG+이 때문에 상임감사 제도를 의무화하자는 목소리가 높지만 제도를 도입한 조합은 4곳에 불과합니다.

여기에 전체 조합의 40% 정도가 도입한 상임이사 제도를 확대해 경영을 분리함으로써 조합장의 권한을 분산하는 방안도 제기되고 있습니다.

KBS 뉴스 이진성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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