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 직원이 어쨌든 간에 인터넷 자체를 청소한다, 그런 자세로 그런 세력(종북좌파)들을 끌어내야 됩니다"
지난 2011년 10월 서울시장 보궐선거를 앞둔 당시 원세훈 전 국정원장이 직원들에게 한 '원장님 지시·강조 말씀'의 한 대목이다.
야당과 그 지지 세력을 종북좌파로 규정하고, 야권 지지 흐름에 대처할 것을 주문한 것이다.
이런 발언은 국정원 내부망에 공유되고, 심리전단 직원들은 인터넷 댓글 작업 등을 통해 원 전 원장의 지시를 이행해나갔다.
원 전 원장이 대통령 선거를 비롯한 각종 선거에 개입했다고 판단한 서울고법 형사6부(김상환 부장판사)는 이처럼 '선거 개입 지시'라고 해석될 수 있는 원 전 원장의 지시·강조 말씀을 12가지로 정리했다.
이를 들여다보면 원 전 원장의 선거개입 지시는 2010년 6·2 지방선거 때부터 시작됐다.
원 전 원장은 당시 지방선거를 언급하면서 "좌파들에 대한 확실한 싸움을 해서 우리나라를 정상적으로 돌려놓는 한 해가 되도록 같이 노력하자"고 말했다.
야당을 좌파로 규정하고, 선거에서 여당이 승리하도록 싸워야 한다는 발언으로 해석될 수 있다.
그해 4월을 전후해 나온 야권연대와 후보단일화 논의는 북한의 지령에 의한 것이라고 규정하고 "북한 지령대로 움직이는 건 결국은 종북단체"라는 발언으로 야권에 대한 인식을 드러냈다.
2011년 4월 민주당의 최문순 후보가 강원도지사로 당선된 이후에는 "지난 재보선에서 천안함 사건이 북한 소행이 아니라고 주장하던 인물이 강원지사에 당선됐다"며 노골적인 반감을 드러내기도 했다.
2011년 12월부터는 이듬해 있을 총선과 대선을 겨냥한 발언을 쏟아냈다.
"종북좌파들이 북한과 연계해 가지고 어떻게 하든지 간에 다시 정권을 잡을라 그런다"거나 "야당이 되지 않는 소리 하면 강에 쳐박아야지"라는 과격한 발언도 서슴지 않았다.
2012년 3월에는 연말 대선을 대비해 북한이 종북좌파의 입지를 넓혀 줄라고 하는 것을 확실히 끊어줘야 한다고 했다.
"종북좌파 세력들이 국회에 다수 진출하는 등 사회 제 분야에서 활개치고 있는데 대해 우리 모두는 부끄럽게 생각하고 반성해야 하며, 직원 모두는 새로운 각오로 이들이 우리 사회에 발붙일 수 없도록 함으로써 국정원의 존재의미를 찾아야 한다"고도 말했다.
재판부는 "원 전 원장은 심리전 수행의 필요성이 대선과정에서 더 요구된다는 점을 일관되게 강조하고 있고, 필요한 시점마다 이런 류의 발언을 반복하고 있다"며 "심리전단 직원들로서는 국정원장의 이런 문제의식을 기본적으로 늘 고려해 사이버 활동을 했을 것"이라고 판단했다.
이어 "본격적인 대선 국면에서도 선거관련성이 분명한 사이버 활동을 확대한 것을 이런 맥락에서 보면 자연스럽다"며 결국 심리전단의 사이버 활동은 원 전 원장의 지시에 따른 것"이라고 결론지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