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앵커 멘트>
연초부터 전셋값이 폭등하면서 짝수해보다 홀수해에 전세가 더 뛰는 이른바 '홀수해의 저주'가 현실화할 조짐을 보이고 있습니다.
매매가 대비 전세 비율은 이미 70%를 넘어섰는데요.
전세가율이 77%를 넘으면 전세수요가 매매로 급속히 전환될 것이란 조사 결과도 나왔습니다.
박진영 기자가 올해 부동산 시장을 전망해드립니다.
<리포트>
5천5백 세대로 구성된 서울 잠실의 한 아파트 단집니다.
전용면적 84㎡의 경우 올 초 7억 원이었던 전셋값이 한 달 보름 만에 5천만 원이나 뛰었습니다.
<인터뷰> 김치순(공인중개사) : "전세는 물건이 없고, 10개 중에 전세가 2개, 월세가 8개 정도예요. (전세는) 나오는 족족 없어져요. 월세는 안 나가고."
지난달 서울의 아파트 전셋값은 1% 넘게 상승해 2002년 이후 최고의 상승률을 기록했습니다.
실제로 최근에는 짝수 해보다 홀수 해에 전셋값이 더 오르고 있습니다.
이른바 '홀수해의 저주'ㅂ니다.
글로벌 금융위기 때 폭락한 전셋값이 이듬해인 2009년 반등하더니, 2년 계약 주기에 맞춰 홀수해마다 전셋값이 급등하고 있는 겁니다.
<인터뷰> 함영진(부동산 114 리서치센터장) : "전세 가격의 고공행진이 이어지고 있고 가격이 불안한 여러 가지 요인에다 저금리에 따른 월세 전환도 가속화되고 있기 때문에 지난해보다 전세 가격이 더 오를 확률이 높다고 보여집니다."
봄 이사 철에는 전셋값이 더 뛰는 데다 재건축 이주수요에 아파트 공급물량도 줄어, 전세시장의 불안은 당분간 지속될 것으로 보입니다.
이처럼 전셋값 고공행진이 이어지면서 서민들의 주거비 부담은 점점 가중되고 있습니다.
지난해 서울 도시근로자 가구의 연간 소득은 평균 5천7백만 원 정도였지만, 평균 전세금은 3억 4천만 원에 가까웠습니다.
무려 6년 가까이 한 푼도 쓰지 않고 모아야 전셋집을 얻을 수 있다는 얘깁니다.
10년 전만 해도 4년 치 소득만 모아도 가능했는데요, 그 사이 전셋값이 견디기 힘든 수준까지 폭등한 겁니다.
이와 관련해 국토연구원은 지난해 12월 부동산 중개업소 1,100여 곳을 대상으로 전세 관련 설문 조사를 했는데요.
중개인들은 전셋값이 매매가의 77%를 넘으면 전세수요가 매매로 급속히 전환될 것으로 판단했습니다.
전국의 전세가율, 이미 70%를 넘었죠.
지난달 주택 거래량이 1월 거래량으로는 사상 최대를 기록하는 등 전셋값이 급등하면서 세입자들이 집 사기에 나섰다는 징후는 이미 나타나고 있습니다.
하지만 투자보다는 실수요자 중심이어서 거래가 늘어도 투기로 인한 급격한 집값 상승은 없을 것이란 전망이 우세합니다.
KBS 뉴스 박진영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