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희망창조 코리아] 지나친 ‘간접세’ 징수…세금 공정성 높이려면?

입력 2015.02.19 (21:12)

수정 2015.02.19 (22:16)

<기자 멘트>

우리가 내는 세금은 크게 두 종류로 나눌 수 있는데요.

소득세나 법인세처럼 납세의무자가 스스로 내야 하는 '직접세' 물건값이나 서비스 요금에 포함돼 저절로 내게 되는 세금은 '간접세'입니다.

간접세를 자세히 들여다볼까요?

일반 상품이나 서비스 요금에는 대부분 부가가치세가 기본으로 붙고요, 모피나 귀금속 같은 사치품에는 개별소비세가 더해지죠.

또, 술에는 주세, 휘발유 같은 연료에는 교통·에너지·환경세가 추가됩니다.

수입인지에 붙는 인지세에 증권거래세까지, 간접세는 크게 6가지인데요, 이걸로 끝나지 않죠.

이들 세금에 일정 비율로 따라붙는 세금, 방위세와 교육세, 농어촌특별세가 있습니다.

이렇게 종류가 꽤 많은데요. 그럼 우리가 하루에 내는 간접세는 얼마나 될까요?

한 직장인의 하루를 따라가 봤습니다.

▼당신이 하루에 내는 간접세는?▼

<리포트>

대기업에서 대리로 근무하고 있는 변성철 씨.

출근길에 가장 먼저 들르는 곳은 주유소입니다.

휘발유 3만 원 어치를 넣고 나니 영수증에는 부가세 2천7백 원이 찍혀있습니다.

표시되지 않은 유류세 만 5천6백 원까지 합하면 변 씨가 낸 세금은 만 8천 원을 넘습니다.

눈코 뜰 새 없이 오전 업무를 마치고 동료들과 함께 음식점을 찾았습니다.

점심은 만 3천 원짜리 돈가스 정식. 영수증을 확인해 보니, 역시 부가세 천백 원이 붙었습니다.

식사 후 사 마신 주스 값에도 어김없이 부가세가 따라오고...

<녹취> "부가세가 391원. 10%가 나왔네"

담배를 한 갑 사드니 담배소비세부터 지방교육세까지 간접세만 4종류, 2천470원을 내게 됐습니다.

퇴근 뒤 직장 동료들과 마신 맥 주 한 병에는 부가세와 주세를 합쳐 천2백 원이, 마트에서 두 살배기 딸에게 먹일 먹거리를 장바구니에 담고 나니 부가세 천3백 원이 붙었습니다.

이렇게 낸 세금, 얼마나 될까?

<인터뷰> 변성철 : "오늘 쓴 비용이 대략 10만 원 안팎이니까 글쎄요 한 5천 원 정도 되지 않을까요?"

변 씨가 하루 동안 납부한 간접세를 모두 더해보니 2만 5천 원을 넘었습니다.

<인터뷰> 변성철 : "생각보다 되게 많이 나왔네요...명세서도 잘 보지 않고 그냥 필요한 것만 사게 되니까 물건을 살 때 세금을 낸다는 생각은 거의 안 하거든요."

▼간접세 고비중, 과세 형평성 허문다▼

<기자 멘트>

간접세는 이렇게 물건값이나 서비스 요금과 함께 납부하게 되니까, 소득에 관계없이 '똑같은' 금액을 내야 합니다.

그래서, 간접세의 비중이 클수록 고소득자에게 많은 세금을 거둬 저소득자를 지원하는 조세의 '소득재분배' 기능이 떨어질 수밖에 없는데요.

이 간접세 비율 선진국들과 비교하면 어떨까요?

비교 가능한 통계가 있는 2011년 우리나라 국세 수입에서 간접세 비중은 49.7% OECD 회원국 평균보다는 10% 포인트 이상 높습니다.

특히, 복지 수준이 높은 프랑스나 스웨덴 등 보다도 훨씬 더 높은 편이죠.

이렇게 유럽 국가들보다 간접세는 많이 거두면서 복지 혜택은 적다 보니, 조세를 통한 소득재분배 효과가 OECD 34개 나라 가운데 최하위권으로 나타났습니다.

조세 형평성을 높이려면 간접세를 어떻게 바꿔야 할까요?

▼“간접세 구조 바꿔야”▼

<리포트>

한 벌 가격이 2백만 원에 이르는 패딩 점퍼, 3백만 원을 넘어서는 고급 양복, 담배 한갑에도 6백 원 가까이 물리는 개별소비세가 이들 품목엔 부과되지 않습니다.

모든 소득층이 소비하는 담배 같은 품목에선 개별소비세율을 낮추고, 고소득층의 소비 품목에 대해선 개별소비세를 물리거나 세율을 올리면 간접세라도 형평성이 높아집니다.

<인터뷰> 박훈(서울시립대 세무학과 교수) : "굉장히 고가인 어떤 가전제품 같은 것도 얼마든지 들어올 수 있는 여유가 있는 거죠. 개별소비세 대상이 될 만한 걸 찾아서 확대할 만한 여지를 갖고 있다.."

서울 강남의 학원가, 한달에 수십만 원씩 하는 학원 수강료는 부가가치세 면제 대상입니다.

이렇게 고가여서 서민층이 이용하기 쉽지 않은 품목들에 대해선 부가세를 물리는 방안을 검토할 필요가 있습니다.

대신, 10%로 고정된 부가세율을 서민들의 생활필수품에 가까운 품목에는 낮춰 적용하면 소득재분배 효과도 기대할 수 있습니다.

<인터뷰> 선대인(선대인경제연구소 소장) : "부가가치세 같은 간접세라는 것이 (형평성을 높인다면) 징세나 세금 납부에 관한 부담을 줄이면서 상당히 세원을 잘 확보할 수있는 좋은 방편일 수도 있거든요."

간접세의 누진 구조를 다양한 방식으로 강화하면 세수 증대와 조세를 통한 소득재분배라는 두 마리 토끼를 잡을 수 있습니다.

KBS 뉴스 임주영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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