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앵커 멘트>
크림빵을 사들고 가던 20대 가장이 뺑소니 사고로 숨진 이른바 ‘크림빵 아빠’ 사건 기억하십니까?
사건 초기 수많은 누리꾼들이 피해자의 안타까운 사연을 퍼나르고 또, 뺑소니 용의차량에 대한 단서까지 공유하면서, 큰 관심을 모으기도 했는데요.
오늘 뉴스 따라잡기는 미궁에 빠진 사건 해결에 나서는 누리꾼 수사대의 이야기를 해볼까 합니다.
경찰도 애를 먹는 사건을 척척 해결하는 누리꾼들.
먼저, 사례를 보시겠습니다.
경기도 성남의 한 주택가.
승용차 한 대가 무서운 속도로 달려오더니, 주차돼 있는 차량을 들이 받습니다.
<인터뷰> 이모 씨(피해자) : “12시 20분경이에요. 제가 자려고 누워서 거의 잠이 들었거든요. 그랬는데 쿵 소리가 집까지 들렸어요. 설마 뭐 제 차를 박았겠나 싶었죠.“
충격음을 들은 차 주인이 곧바로 밖에 나가봤지만, 가해 차량은 이미 달아난 뒤였습니다.
세워 뒀던 승용차는 앞 뒤가 심하게 부서져 있었는데요.
수리비만 350만 원이 나올 정도였습니다.
가해자를 찾지 못하면, 억울한 수리비를 모두 날려야 하는 상황.
피해자는 곧바로 차량 내부에 설치돼 있던 블랙박스를 확인해 봤습니다.
하지만 소용이 없었습니다.
<인터뷰> 이모 씨(피해자) : “카메라가 후방이어서 화질도 전방보다 좋지 않고 밤이라서 잘 안 보이더라고요."
야간인데다, 가해차량이 뒷부분을 충돌하고 달아나 번호판을 구분하기가 쉽지 않은 상황.
경찰에 도움을 요청했지만, 돌아온 답변은 실망스러웠습니다.
<인터뷰> 이모 씨(피해자): “번호판이. 경찰도 번호판 안 보이면 못 잡는다고 그렇게 말씀하시고…….“
막막해진 피해자 이 씨.
지푸라기라도 잡는 심정으로, 인터넷 커뮤니티에 사고 당시의 영상을 올렸습니다.
그런데 불과 30여분 뒤, 한 누리꾼으로부터 답장이 옵니다.
이 누리꾼은 이 씨가 올린 영상을 분석해 차종과 함께, 예상되는 네 가지의 차량번호를 알려줬는데요,
<인터뷰> 이모 씨(피해자): “정확한 번호가 아니라 4가지 경우를 줬거든요. 근데 그 4가지 번호 중에 가해자 잡고 나니까 번호가 일치했어요.“
이 씨는 이 번호를 즉시 경찰에게 알렸고, 결국 접촉사고를 내고 달아난 뺑소니 용의자를 붙잡을 수 있었습니다.
<인터뷰> 이모 씨(피해자): “정말 고마워요. 후기 올리니까 범인 잡아서 다행이라고…….“
직장인 심모 씨도 누리꾼 수사대에게 큰 신세를 졌다고 했습니다.
심 씨는 지난해 9월 성묘를 다녀오다, 갑자기 끼어든 차량 때문에 중앙 분리대를 들이받는 큰 사고를 당했는데요.
동승자가 크게 다치고, 차량이 반파될 정도로 피해는 컸습니다.
<인터뷰> 심모 씨(피해자) : “뒷좌석에 계시던 아버님이 연세가 좀 있으셔서 그런지 아버님이 좀 크게 다치셨죠. 척추채 골절 압박 골절이 있었으니까.“
하지만, 사고를 유발한 차량은 현장에서 사라진 상황.
심 씨는 사고 당시 촬영된 블랙박스 영상을 들고 경찰서를 찾았지만, 화질이 선명하지 않아 가해 차량을 식별하기가 어렵다는 답변이 돌아왔습니다.
<인터뷰> 심모 씨(피해자) : “번호판이 블랙박스상으로는 거의 식별이 안 되더라고요 아무래도 경찰서 쪽에서도 최선의 노력을 할 텐데 번호판이 너무 안 보이기 때문에 실질적으로 어느 정도의 한계성은 있을 수 있다.“
답답해진 심 씨는 혹시나 하는 마음으로 인터넷에 블랙박스 영상을 올리게 됐습니다.
그리고 얼마뒤 한 누리꾼이 영상을 분석해 심 씨에게 정확한 차 번호를 알려줍니다.
경찰도 놀라는 눈치였습니다.
<녹취> 해당 경찰서 관계자 : “어떻게 했는지 번호가 나와서 제가 그것을 가지고 수사를 해서 아파트 전체를 뒤지다 보니까 한쪽에 차가 있더라고요. 며칠 후, 3일 후인가 그 사람이 전화가 왔어요.“
수사기관도 애를 먹는 사건을 단숨에 해결하는 누리꾼들.
입소문이 퍼지면서, 한 인터넷 커뮤니티에는 뺑소니 가해자나 차량을 찾아 달라는 피해자들의 글이 줄을 잇고 있습니다.
취재팀이 만난 김두호 씨는 이런 일을 해결해주는 이른바 누리꾼 수사대인데요.
김 씨는 3년 전 억울한 교통 사고를 당한 뒤로 영상판독을 공부 했고, 자신의 재능과 노하우를 다른 사람들에게 나눠주고 있다고 했습니다.
<인터뷰> 김두호(영상판독 전문가) : “경찰이 못하는 걸 네티즌이 수사해서 잡는 건 아니고요. 조금이라도 경찰들이 잡을 순 있지만 네티즌의 제보라든지 관심 같은 걸로 인해서 용의자가 빨리 잡히지 않았나 생각합니다.“
누리꾼 수사대의 힘은 미궁에 빠진 사망 사건을 해결하는 데에도 큰 역할을 하고 있습니다.
이른바 ‘크림빵 아빠 사건’으로 잘 알려진, 한 20대 가장의 뺑소니 사망 사건.
<녹취> 허○○(크림빵 뺑소니 사건 피의자) : “그냥 조형물이나 자루인줄 알았습니다. 죄송합니다.”
사건 초기, 피해자의 안타까운 사연을 공개하고, 또 적극적인 제보와 함께 수사 단서까지 제공하려 했던 건 인터넷 공간의 누리꾼들이었습니다.
<녹취> 청주 흥덕경찰서 관계자 : “그만큼 참여를 하려고 하는 거고 뭔가 사건에 해결을 원하는 그런 의도를 갖고 하는 것이기 때문에 상당히 바람직하다고 보죠.“
사건 이후 만나본 피해자의 유가족은 일면식도 없는 누리꾼들의 댓글과 관심이 아들을 잃은 가족들에게 너무나 큰 위안과 힘이 됐다며, 고마움을 표시했습니다.
<인터뷰> 고옥순(유족) : “문자 보면 댓글로 많이 위로를 받았어요. 이런 거 뭐 제가 올리면 댓글들이 많이 달리잖아요. 거의 다 힘내 달라고 이러시는 분들이 대부분이었거든요.”
물론 누리꾼 수사대의 과도한 사건 개입이나 피의자 신상털기 등의 역작용이 있을 수 있다는 우려도 있습니다.
<인터뷰> 이웅혁(교수/건국대 경찰학과) : “네티즌 수사대가 불필요한 방향으로 예단을 형성케 한다면 그 당사자 뿐 만이 아니라 수사기관의 입장에서도 상당히 불분명한 수사의 방향이 설정된다는 점에서 피해야 할 점 중에 하나라고 생각되고요. 범죄 예방과 범인의 조속한 검거를 위해서는 경찰과 시민이 함께 다루는 협력 치안의 구축이 필요합니다.“
사건의 단서를 제공하고, 나아가 범인까지 잡는 누리꾼들.
누리꾼들의 건전한 활약을 기대해 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