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이좋게 함께 '봄 배구'에 나가게 됐지만 현대건설은 울었고 IBK기업은행만 웃었다.
현대건설은 2일 안방인 경기도 수원실내체육관에서 IBK기업은행과 2014-2015시즌 6라운드 경기를 치러 세트 스코어 0-3으로 완패했다.
일찌감치 플레이오프 진출을 확정한 현대건설이지만 마지막 6라운드에서 최악의 경기력을 노출하며 졌다는 점에서 충격이 컸다.
이날 현대건설은 상대보다 10개 많은 범실 23개를 쏟아냈다. 시즌 내내 지적된 고질병이 전혀 치료되지 않은 모습이었다.
현대건설 선수의 최고 득점은 폴리나 라히모바의 10점에 그쳤다.
팀 공격 성공률은 30.39%에 불과했고, 팀 블로킹은 2-9로 뒤져 '높이의 현대건설'이라는 말을 무색게 했다.
양철호 현대건설 감독은 격분한 나머지 2세트 막바지에 주전을 모두 후보 선수들로 교체해버렸다.
비주전 선수들로 치른 3세트는 플레이오프를 앞두고 부상을 우려한 IBK기업은행이 자제하지 않았더라면 충분히 17-25 이상으로 점수가 벌어질 수 있을 정도였다.
경기 후 양철호 감독은 "아무것도 된 것이 없다. 이런 정신상태로는 안 된다. 안이한 자세의 프로선수는 자격이 없다. 오늘은 모두 고등학교 시합에 나온 것 같았다"고 작심한 듯 아픈 말을 뱉어냈다.
졸전의 원인을 묻자 답답하다는 표정으로 "경기 전 훈련 때는 좋았다. 그런데 코트 안에서는 하지 말라는 것을 다 해버리더라. 원인에 대해 생각을 좀 해봐야 할 것 같다. 지금 말하기가 어렵다"며 고개를 숙였다.
반면, 이날 승리로 흥국생명을 따돌리고 포스트시즌 진출을 확정한 IBK기업은행은 잔칫집 분위기였다.
평소 이긴 날에도 팀을 향한 쓴소리를 마다하지 않기로 유명한 이정철 감독조차 "더도 말고 덜도 말고 이 정도만 했으면 좋겠다"고 기쁨을 감추지 못했다.
이 감독은 "상대팀을 평가하는 건 옳지 않다"고 전제하면서도 "현대건설이 시즌 초반보다 리시브가 좋지 않다. 우리가 성실하게 정상적인 플레이를 이어가면 상대는 흔들리기 마련"이라고 자신감을 보였다.
현대건설과 IBK기업은행은 포스트시즌 플레이오프 외나무다리에서 마주할 확률이 높다.
나란히 승점 50을 기록 중인 두 팀 중 한 팀이 1위 도로공사(승점 55)를 제칠 가능성도 있지만 현재로서는 'IBK기업은행-현대건설'이 가장 유력한 플레이오프 대진표다.
정규시즌 맞대결 전적 우위(4승 2패)를 가져간 현대건설, 그리고 최종전에서 크게 웃은 IBK기업은행의 마지막 혈투가 머지않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