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앵커 멘트>
정치 자금줄이 말랐다며 더 풀어야 한다는 게 정치권의 줄기찬 요구입니다.
하지만, 그러기 위해선 정치인 스스로 정치 자금의 투명성을 높이는 노력이 선행돼야 하는데, 지난해 지자체 선거 자금을 KBS가 분석해 본 현실은 그렇지 못합니다.
보도에 우한울 기자입니다.
<리포트>
한 광역단체장이 선관위 제출 회계보고서입니다.
본인 정치자금 계좌로 선거 기간에 10억 원 가까이 들어왔다고 돼 있습니다.
입금자는 본인, 그런데 선거 전후 재산은 비슷합니다.
선거에는 자기 돈을 썼다는데 입금된 돈은 어디서 나온 걸까?
<녹취> 선거캠프 관계자 : "후원금 관리하셨던 분이 지금 연락이 안돼서 제가 계속 문자를 남기고 있는데요."
회계 보고서 어디에도 출처는 나오지 않습니다.
선거 동안 16억 6천여만 원을 썼는데, 이 중 60%의 출처가 오리무중인 겁니다.
취재가 이어지자 빌렸다고 해명했습니다.
<녹취> 회계 담당자 : "차용한 것도 전부 후보자 이름으로 다 기재하게 돼 있어요. 후보 본인 돈이 들어간 것처럼 보이는 거죠."
현행 정치자금법엔 후보자가 돈을 빌린 경우, 밝히지 않아도 됩니다.
<녹취> 또다른 캠프 회계 담당 : "아이 그 거는 좀 그만 (질문) 해주시고, 거기까지 더 아실 필요 없잖아요."
다른 광역단체장입니다.
3백만 원 넘는 고액 후원자는 공개해야 하지만, 이름도 없고, 직업은 허위입니다.
두 살 먹은 자영업자로 부터 500만 원을 받았다고 적은 것이 뒤늦게 확인됐습니다.
전국 17곳 광역 단체장이 쓴 정치자금 내역을 분석해보니, 70%는 출처가 공개되지 않았습니다.
빌린 돈과 이른바 '쪼개기'가 가능한 소액 후원이 대부분이라는 말입니다.
<인터뷰> 조진만(덕성여대 정치학과 교수) : "선거 기간 내에 일반 사람들이 접근할 수 있도록 충분하게 투명하게 공개를 좀 해야됩니다."
국회 정치개혁특위는 조만간, 정치자금법 개정 논의를 시작합니다.
법인과 단체도 정치후원금을 낼 수 있도록 하겠다는 겁니다.
투명성 확보 방안을 마련해야 할 필요성이 더 커진 이유도 여기에 있습니다.
KBS 뉴스 우한울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