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벨문학상 감동에도…시각장애인들 “책 읽기 어려워요”

입력 2024.11.11 (20:02)

수정 2024.11.11 (20:07)

[앵커]

한강 작가의 노벨문학상 수상을 계기로 모처럼 '독서 열풍'이 불고 있지만 점자 도서를 이용하는 시각장애인들은 원하는 책을 마음껏 읽지 못합니다.

어떤 어려움이 있는지, 이예린 기자가 직접 만나 들어봤습니다.

[리포트]

대학 시절 시력을 잃은 강유경 씨, 그녀의 취미는 여전히 독서입니다.

한강 작가의 노벨상 수상 소식을 들은 강 씨, 설레는 마음으로 도서관을 찾았지만, 결국 빈손으로 돌아왔습니다.

["채식주의자는 혹시 없어요? (그건 제작 중이에요.) 빨리 만들어 주세요."]

일반 도서는 출간과 함께 바로 독자들이 볼 수 있지만, 점자도서는 한글을 점자로 바꾸는 점역 과정을 거쳐 교열과 교정 작업은 전문가가 손수 해야 합니다.

그러다 보니 한강 작가의 대표작으로 지난 2007년 출간된 채식주의자조차 없는 도서관이 많습니다.

[강유경/시각장애인 : "친구들이랑 만나서 작가 얘기도 하고 같이 책 읽은 것으로 수다를 떨고 싶은데. 제가 책이 제작돼서 읽을 땐 이미 친구들은 그 이야기는 다 지나간 상태여서 약간 뒷북 치게 돼서…."]

점자도서 한 권을 완성하기까지 걸리는 시간은 한글 서적의 경우 보통 일주일, 외국어 서적을 번역하거나 전공 서적처럼 내용이 복잡하면 몇 개월이 걸리기도 합니다.

[이길원/실로암시각장애인복지관 점역팀장 : "일본어나 중국어책은 점역 소프트웨어가 자동으로 점역을 해주지 못해요. 일일이 하나하나 점자를 손으로 직접 찍는 작업을 하게 되고."]

다양한 수요와 독서 열풍으로 점자도서 제작 의뢰는 늘고 있지만, 인력은 턱없이 부족한 상황입니다.

[이길원/실로암시각장애인복지관 점역팀장 : "전공 서적들을 만들려면 그 해당 분야를 전공한 점역사들이 있어야 하거든요. 채용 공고도 내고 하지만 지원이 거의 없어요."]

국내 시각장애인은 23만 명에 달하지만, 점자도서를 제작하고 빌려주는 곳은 전국 50여 곳에 불과합니다.

KBS 뉴스 이예린입니다.

촬영기자:하정현/영상편집:이태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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