막 오른 ‘계엄 재판’…김용현 측 “재판권 없으니 공소 기각해야”

입력 2025.01.16 (16:17)

수정 2025.01.16 (16:18)


'12·3 비상계엄 사태’를 주도한 혐의를 받는 김용현 전 국방부 장관의 첫 공판준비기일에 김 전 장관 측이 공소를 기각해야 한다고 주장했습니다.

서울중앙지법 형사25부(재판장 지귀연)는 오늘(16일) 오전 10시 내란 중요임무 종사 및 직권남용 권리행사 방해 등 혐의로 기소된 김 전 장관의 첫 공판준비기일을 진행했습니다.

공판준비기일은 정식 재판에 앞서 범죄 혐의에 관한 피고인의 입장을 확인하고 증거조사 계획을 잡는 절차로, 피고인의 출석 의무는 없습니다. 하지만 김 전 장관은 오늘 법정에 직접 참석했습니다.

진한 회색 정장 차림에 마스크를 쓴 채 출석한 김 전 장관은 가족들이 지켜보는 가운데 두 손을 모으고 재판을 지켜봤습니다.

■"수사·재판권 없어" VS "이미 수사권 인정"

김 전 장관 측은 "대통령이 계엄을 선포하며 했던 여러 판단이 계엄의 요건에 해당하지 않는다고 검사들이 마음대로 판단했다"고 주장했습니다.

김 전 장관 측은 "헌법 제77조 1항에 따른 비상계엄 선포 요건은 오로지 국가원수인 대통령에게 전속적으로 주어진 것"이라며 "대통령의 정치 행위를 사법부가 판단하게 되면 검사와 법관들이 정치 행위를 하는 결과가 생긴다"고 말했습니다.

이어 "헌법이 보장하는 사법부와 법관의 독립 보장을 근본적으로 훼손하는 있을 수 없는 일"이라며 "검사가 수사권을 갖지 않는 사건이고 재판권도 없으므로 공소 기각을 결정해야 한다"고 요구했습니다.

이에 대해 검찰은 “비상계엄 확대 행위가 범죄일 경우 사법심사의 대상이 된다는 게 대법원의 확고한 태도"라며 "구속 심사 과정에서 이미 검찰의 수사 개시 권한이 인정됐으므로 이 사건의 수사 개시와 진행 권한에는 의문의 여지가 없다"고 반박했습니다.

김 전 장관 측은 재판부에 중앙선거관리위원회의 서버와 데이터 등에 대한 증거 보전 신청을 하겠다고도 밝혔습니다.

변호인들은 "김용빈 선관위 사무총장이 국회에 출석해 법원이나 관련 기관의 협의에 따라 (서버를) 보자고 하면 적극적으로 응하겠다고 했다"며 "선관위 서버에 대한 접근은 계엄선포 정당성을 확인하는 데 있어 반드시 필요하다"고 말했습니다.

앞서 김 전 장관 측은 '부정선거 의혹'과 관련해 중앙선관위 서버 등에 대한 증거보전을 신청했으나, 수원지방법원 안양지원은 지난달 23일 기각한 바 있습니다.

■'내란 재판' 병합·변호인 외 접견 요청 놓고도 대립

사건 병합 여부와 김 전 장관에 대한 접견·서신 금지 결정을 놓고도 공방이 이어졌습니다.

김 전 장관의 재판을 맡는 형사25부는 조지호‧김봉식‧노상원 피고인의 사건도 함께 배당받아 심리하고 있습니다. 재판부는 관련 사건들을 병합해 심사하는 방안에 관해 양 측에 입장을 물었습니다.

검찰은 "범행 과정과 내용, 공소 사실과 증거가 상이하기 때문에 (병합할 경우) 재판이 지연될 우려가 있다"며 "재판을 주 2~3회씩 신속하게 진행해달라고 요청했습니다.

반면 김 전 장관 측은 “빨리 재판을 진행할 경우 피고인에 대한 충분한 방어권 보장이 안 된다”며 “당연히 병합해서 충분한 반대신문 조사 등이 이뤄져야 한다”고 말했습니다. "2주에 한 번, 한 달에 한 번도 어려울 판"이라고도 덧붙였습니다.

김 전 장관은 현재 변호인이 아닌 일반인과의 접견이 불가능하며, 서신을 주고받는 행위도 금지된 상태입니다.

김 전 장관 측은 "검찰이 피고인 측에서 불법 수사 문제를 제기하자 곧바로 '서신·접견 금지'라는 보복성 조처를 했다"며 "가족들에 대한 당사자의 애틋함 등을 고려해 재판부에서 금지 요청을 취소해 주기를 간절히 부탁드린다"고 말했습니다.

검찰은 이에 대해 "이미 법원이 준항고를 기각함으로써 적법성을 인정했다"며 "공범에 대한 수사가 진행 중이고, 피고인이 (계엄 사태에서) 담당한 역할이 주요했기에 허위 진술을 유도하거나 증거를 인멸할 우려가 여전히 높다"고 반박했습니다.

한편 김 전 장관 측은 "수사 과정에서 아무런 증거 조사도 이루어지지 않은 사진과 공소장에도 없는 증거자료를 사진까지 제시해서 기자들에게 뿌렸다"며 재판부에 "(해당) 보도참고자료를 보지 않아 줬으면 좋겠다"고 요청하기도 했습니다.

앞서 검찰은 지난달 27일 김 전 장관을 내란 중요임무 종사 및 직권남용 혐의로 기소하면서, 방첩사 출동조의 대화 내용과 선관위 체포조가 준비한 도구 사진 등이 포함된 10쪽 분량의 보도 참고자료를 발표했습니다.

■김 전 장관 "대통령 체포 자체가 반헌법…국민과 함께 싸울 것"

1차 공판준비기일 이후 입장을 밝히는 김 전 장관 측 유승수·이하상 변호사1차 공판준비기일 이후 입장을 밝히는 김 전 장관 측 유승수·이하상 변호사
첫 공판준비기일이 끝난 뒤 김 전 장관은 변호인들을 통해 입장문을 발표했습니다.

김 전 장관은 "대한민국 국민이 직접 선출한 대통령을 불법 수사기관이 불법으로 체포했다"며 "국민으로부터 직접 선출돼 민주적 정당성을 부여받은 대통령을 수사권 없는 수사기관이 불법 영장으로 체포하는 것 자체가 반헌법적 내란"이라고 말했습니다.

그러면서 "자유민주주의를 지키기 위한 대통령의 헌법적 결단에 대해 두려움을 느낀 세력들이 급기야 대통령을 불법 체포하기에 이르렀다"며 "대통령과 대한민국 자유 민주주의, 그리고 공정한 선거 제도를 지키기 위해서 구국의 일념으로 국민들과 함께 싸울 것"이라고 덧붙였습니다.

윤석열 대통령이 헌법재판소에 낸 답변서에 '포고령은 김 전 장관이 잘못 베낀 것'이란 내용이 포함된 데에 대해 김 전 장관 측은 "포고령 제1호는 정치 활동을 금지한다는 것이기 때문에 문제가 없다"며 "정치활동 금지에 대한 내용을 담고 있어서 착오는 없었던 것 같다"고 설명했습니다.

재판부는 다음 달 6일 오후 4시에 이 사건에 대한 공판준비기일을 한 차례 더 진행하기로 했습니다. 이날 조지호‧김봉식‧노상원 피고인에 대한 공판준비기일도 예정돼 있어, 재판부는 각 사건의 병합 여부 등에 대한 의견을 취합해 결정할 예정입니다.

그래픽:이영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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