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앵커]
행정당국이 직접 분양한 땅을 사들여 묘지를 조성했는데, 실제 지적과 다르다면 얼마나 황당할까요?
1975년 조성한 제주시 공설묘지 이야기인데, 무려 40필지 모두 지적이 어긋나 있었습니다.
나종훈 기자가 현장을 취재했습니다.
[리포트]
30여 년 전, 제주도가 조성한 공설묘지 부지를 사들인 양택훈 씨.
몇 해 전에서야 가족 묘지를 만들며 다른 곳에 있던 조상 묘를 이장해 오는 과정에서 황당한 사실을 깨달았습니다.
해당 토지의 지번이 실제 지적과 일치하지 않았던 겁니다.
실제 측량과는 가로 24m, 세로 12m나 오차가 있는 상황.
측량대로라면 수풀이 우거진 바로 옆 산림에 묘지를 다시 조성해야 합니다.
[양택훈/어승생 공설묘지 토지주 : "경계를 만들어놓고 실질 분양한 곳은 다른 거예요. 지금으로 치면 곶자왈에 가서 묘를 모시라는 이야기인데 곶자왈을 기준으로 하면 이 주변 모든 묘가 이장을 해야 합니다."]
이 일대 묘지 부지를 구입한 다른 문중도 황당하긴 마찬가집니다.
입도조 묘역을 만들겠다며 3년 전 땅을 사들였는데 알고 보니 지적은 물론, 실제 면적도 달랐습니다.
[변태실/어승생 공설묘지 토지주 : "475평으로 알고 구입했는데 실질적으로는 51평이 부족한 420평 정도밖에 안 되는 겁니다. 땅이."]
전문가는 해당 묘지 부지가 1975년에 조성된 만큼 측량 오류나 행정 착오 가능성을 제기합니다.
이 일대 40필지 모두 지적이 어긋나 있기 때문입니다.
[양영보/공학박사 : "(지번을) 부여할 당시에 축적률이 6,000분의 1이었습니다. 6,000분의 1에서 24m 오차면 (지적공부상에서) 4mm 정도, 남쪽으로는 2mm 정도만 틀린 거니까."]
이에 대해 제주시는 지적도 등록 당시 오류 사항에는 해당하지 않아 직권 정정은 어렵다고 밝혔습니다.
하지만 민원을 해결하기 위한 방법을 찾겠다고 말합니다.
[문용철/제주시 지적팀장 : "지적공부 정리를 추진했으나 토지소유자 전원의 동의를 받지 못해 정리가 어려운 사항입니다. 향후 지적 재조사 사업을 추진하여 민원 해소가 될 수 있도록."]
다만, 지적 재조사에는 최소 2년 이상이 소요되는 데다 이에 따른 토지 증감에 대한 재정산이 필요해 추가 민원이 예상됩니다.
KBS 뉴스 나종훈입니다.
촬영기자:양경배·고진현/그래픽:서경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