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스라엘과 이란이 현지시각 21일에도 9일째 무력 공방을 멈추지 않으며 핵협상을 둘러싼 외교 해법은 보이지 않고 있습니다.
미 일간 월스트리트저널(WSJ)은 20일자 보도에서 유럽과 아랍권 당국자들을 인용, 이란이 최근 협상 과정에서 우라늄 농축 수준을 민간 용도인 3.67% 이하로 제한할 용의가 있다는 입장을 밝혔다고 전했습니다.
이는 트럼프 대통령이 이란에 핵개발 전면 포기를 압박하는 데 유럽 주요국이 사실상 가세한 이후에도 이란이 강경한 입장을 고수하는 것입니다.
이란은 트럼프 대통령 1기 집권 당시인 2018년 핵합의(JCPOA·포괄적 공동행동계획)를 일방 폐기하고 제재를 복원하자 우라늄 농축도를 준(準) 무기급인 60%까지 높였습니다. 국제원자력기구(IAEA)는 이란이 현재 핵탄두 9개를 제조할 수 있는 408kg 상당의 고농축 우라늄을 보유한 것으로 추정합니다.
트럼프 대통령의 중동 특사인 스티브 위트코프는 이번주 이란 측에 우라늄 농축을 중단하고 해외에서 수입한 저농축 우라늄만을 사용한다면 민간 목적 핵 활동을 용납하겠다는 제안을 전달했습니다.
프랑스와 독일, 영국 등도 비슷한 입장입니다. 2015년 JCPOA 타결 당시만 해도 이란이 저농축 우라늄을 생산하는 건 용인했던 것에 비해 태도가 더욱 강경해진 것입니다.
이란과 이스라엘은 각각 기존의 강경한 입장을 고수하고 있습니다.
현재까지의 전황은 이란이 불리합니다. 하지만 이스라엘보다 인구가 10배나 많고 국토면적은 75배에 이르는 대국인 까닭에 무력 충돌이 장기화할 경우 이스라엘의 공세 역량이 먼저 고갈될 수도 있습니다.
이스라엘 측은 장기전 가능성을 배제하지 않는 모양새입니다.
에얄 자미르 이스라엘군 참모총장은 이날 영상 성명을 통해 "강력한 적에 맞서 장기전을 준비해야 한다"면서 이스라엘 국민에게 앞으로 닥칠 '힘든 나날'에 대비할 것을 당부했습니다.
사우디아라비아와 아랍에미리트(UAE) 등 페르시아만 일대의 아랍국가들은 미국의 군사개입을 만류하며 갈등 완화를 위한 외교적 노력을 꾀하고 있습니다.
이란이 자국내 미군기지를 공격하거나 호르무즈 해협을 봉쇄하는 등 보복을 감행할 수 있고, 이란내 핵시설이 파괴되면서 유출된 방사성 물질이 자국으로 날아올 가능성도 우려하지 않을 수 없어서입니다.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도 이란 신정체제가 붕괴할 경우 극단주의 세력이 준동하면서 중동 전체가 심각한 혼란에 빠질 것이라고 경고하며 이스라엘과 이란 사이에서 갈등 중재 역할을 수행할 의사를 밝혔습니다.
아락치 이란 외무장관은 미국 NBC 방송과 진행한 인터뷰에서 오는 23일 모스크바를 방문해 푸틴 대통령을 만날 예정이라고 밝힌 것으로 전해졌습니다.
[사진 출처 : AFP=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