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미 관세 협상 시한인 8월 1일이 불과 닷새 앞으로 다가온 가운데 한미 양국이 막판 고위급 협상을 집중적으로 벌여나가고 있습니다.
정부가 미국 측 관심사를 수용해 민감한 농축산물 분야를 포함해 당초 제안보다 진전된 수정 제안을 제시했지만, 미국 측은 더 큰 양보를 요구하면서 압박을 가하는 것으로 전해졌습니다.
김정관 산업통상자원부 장관과 하워드 러트닉 미국 상무부 장관은 현지 시각 24∼25일 이틀 연속 협상을 벌였으나 극적 타결로까지 이어지지는 않은 걸로 전해졌습니다.
양국 산업장관은 지난 24일 워싱턴 D.C.미국 상무부 청사에서 협상을 벌인 뒤 25일 뉴욕 러트닉 장관 자택으로 장소를 옮겨 이틀째 협상을 했습니다.
이번 협상은 실질적으로 양국 전체 정부 간 협상 성격이 강했습니다.
김 장관과 러트닉 장관 간 협상이 열리는 동안 대통령실에서는 강훈식 대통령 비서실장, 김용범 정책실장, 위성락 안보실장 등 대통령실 3실장과 구윤철 경제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 등이 참석한 통상대책회의가 연이틀 열렸습니다.
김 장관이 24일 회동에서 미국 측에 진전된 수정 제안을 제시했지만 추가 요구가 여전했고, 대통령실 회의에서 미국의 요구를 어디까지 수용할지 논의한 뒤 추가 대안을 마련해 25일 러트닉 장관 자택 회동에서 다시 제시한 것으로 보입니다.
이 과정에서 한국 측은 '레드라인'(넘어서는 안되는 마지막 선)으로 분류했던 일부 농산물 분야에서 미국의 요구를 일부 수용할 가능성도 시사했습니다.
트럼프 행정부는 이재명 정부 출범 이후 한국과 진행해온 무역 협상과 관련해 처음으로 "생산적"이라고 평가하면서 미국 역시 주요 교역국인 한국과 합의 도출에 긍정적 태도를 내비쳤습니다.
한미 양국이 상당한 추가 접근을 시도한 것으로 보이지만 러트닉 장관 자택 회동은 결국 합의 도출로까지 이어지지는 못했습니다.
미국 측은 한국의 거듭된 수정 제안에도 더욱 진전된 제안을 마련해달라는 압박을 가하는 것으로 알려졌습니다.
정부 소식통은 "(러트닉 장관 자택) 협상 결과를 바탕으로 내부 추가 협의가 필요하다"고 전했습니다.
이후 김 장관과 여한구 통상교섭본부장은 추가로 예정된 공식 일정 없이 일정을 연장해 미국 현지에 계속 머무르면서 협상 국면 변화에 대응하는 쪽으로 가닥을 잡은 것으로 알려졌습니다.
미국 측은 그간 한미 협상 과정에서 농산물, 디지털, 자동차 3개 분야에서 한국에 특히 큰 압력을 가해온 것으로 알려졌습니다.
소고기, 쌀 등 농산물의 경우 특히 미국이 요구가 강력한 것으로 전해집니다.
협상 사정에 밝은 인사는 "30개월 이상 소고기 수입 규제의 경우 그간 미국이 한국에 불만을 제시했다는 식으로 알려졌는데, (요구 강도가) 더 심했다"고 전했습니다.
농민들은 미국의 러스트 벨트 노동자 계층과 더불어 트럼프 대통령이 중요하게 여기는 지지층인 만큼, 미국 정부는 농산물 분야에서 한국의 구체적 양보를 끌어내려는 의지가 매우 강하다는 평가입니다.
최근 일본이 직접 투자·대출·보증이 섞인 5천500억 달러 투자 패키지 약속을 해 상황은 더 복잡해졌습니다.
그러나 한국이 초대형 투자 약속을 통해 관세 인하를 끌어낸 일본의 모델을 그래도 답습하기보다는 조선 산업 등 한국이 가진 지렛대를 활용해 한국만의 '창의적 해법'을 찾아나갈 가능성은 여전히 있다는 의견도 나옵니다.
중국과의 신냉전 와중에 제조업 부흥과 자국 중심 공급망 재편을 이뤄나가고자 하는 미국은 이를 구체적으로 실현해나갈 파트너가 절대적으로 필요한 상황입니다.
이에 우리 정부는 미국이 필요로 하는 조선을 비롯해 반도체·배터리 등 전략 산업 전반에 걸쳐 직접 투자에서 현지 인력 양성에 이르는 산업 협력 패키지를 제안하면서 한국이 대체 불가한 '제조 동맹'임을 강조하고, 상호 이익의 합의를 도출하자고 설득하는 데 주력 중입니다.
대통령실은 어제(26일) 김 장관과 러트닉 장관의 협상에 관한 보도자료에서 "미 측의 조선 분야에 대한 높은 관심을 확인하고, 양국 간 조선 협력을 포함한 상호 합의 가능한 방안을 만들어 나가기로 했다"고 강조하기도 했습니다.
구윤철 경제부총리가 이번주 방미해 스콧 베센트 재무장관과 협상하기로 하고, 조현 외교부 장관도 워싱턴D.C.를 방문해 마코 루비오 미 국무장관과 면담하기로 하는 등 막판 총력 협상의 동력은 일단 살려 놓은 것으로 평가됩니다.
[사진 출처 : 연합뉴스 / 산업통상자원부 제공]