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앵커]
요즘 집밖을 나가기가 무서울 정도의 폭염이 연일 계속되고 있습니다.
가만히 있어도 땀이 날 정돕니다.
이럴 때 더 힘든 게 어려운 이웃들인데요.
선풍기 하나로 여름을 버텨야 하는 사람들을 이유진 기자가 만나봤습니다.
[리포트]
점심시간, 자원봉사자들이 선풍기와 생수를 들고 허름한 단칸방을 찾습니다.
["우리 어르신 선풍기가 오래돼서 생수하고 갖고 왔어요."]
사람 한 명이 겨우 누울 정도로 좁은 방.
80대 노인이 폭염 속 홀로 생활하는 공간입니다.
선풍기를 틀고, 문까지 열어놨지만 방 안을 가득 메운 열기는 좀처럼 식을 줄 모릅니다.
현재 기온은 36도 정도를 기록하고 있는데요.
이 쪽방의 천장 온도를 재보니 50도에 육박하고 있습니다.
100미터 거리에 시청에서 마련한 '무더위쉼터'가 있지만, 이마저도 그림의 떡입니다.
폭염에 몸까지 불편하다 보니 집 밖을 나가는 게 더 큰 모험입니다.
[구연화/춘천시 소양동/88살 : "내가 먹지 못하고 걷지 못하니까, 그냥 어디 바람을 못 쐬고 방에 누워서만 생활하니, 사람이 말이 아니죠. 그게 지금 올여름에 가장 힘든 거예요."]
30제곱미터나 될까 말까 한 또 다른 집.
할아버지, 할머니, 손녀 세 식구가 모여 삽니다.
냉방기라곤 선풍기뿐입니다.
지난해 고장 난 낡은 에어컨은 가뜩이나 좁은 방에서 자리만 차지하고 있습니다.
10대 손녀에겐 차라리 방학이 없는 게 나을 정돕니다.
[손녀/음성변조 : "제발 고쳤으면 좋겠어요. 겨울은 껴입으면 되는데 여름은 그냥 더워요. 에어컨 틀어서 시원하고 그냥 학교가 시원해요."]
선풍기를 아무리 세게 틀어도 온도계는 30도 아래로 떨어지지 않습니다.
[김유라/초록우산어린이재단 대리 : "신체적으로는 열사병이 나타날 수도 있어요. 하지만 장기적으로 보면 열사병이 면역력 저하까지 이르게 돼서 다른 질환까지 올 수도 있는 상황이 있을 수도 있고."]
강원도 내 주거급여 수급자는 43,000여 가구.
이들은 오늘도 폭염과의 사투를 벌이고 있습니다.
KBS 뉴스 이유진입니다.
촬영기자:김남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