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앵커]
올 초 발생한 서부지법 폭력 난입 사태 관련해 지금까지 81명이 1심 선고를 받았는데요.
오늘 선고를 받은 사람 중엔 계엄 국면을 영상으로 기록하기 위해 법원으로 향했던 다큐멘터리 감독도 포함돼 있습니다.
그가 왜 법정에 섰는지, 문예슬 기자가 이야기를 들어봤습니다.
[리포트]
시위대를 막는 경찰 사이로 소화기가 분사됩니다.
이 영상을 촬영한 사람은 20년 경력의 다큐멘터리 감독, 정윤석 씨입니다.
지난해부터 계엄 국면을 기록해 온 정 씨는 그날도 곧장 현장으로 향했습니다.
[정윤석/다큐멘터리 감독 : "도착해서 건너편에 봤을 때 이미 정문 쪽은 다 통제가 돼서…."]
정 씨는 법원 울타리 안 경내로 진입해 대치 상황을 촬영하다, 현행범으로 체포됐습니다.
본인은 폭도가 아닌 '기록자'라며 검찰에 두 차례 공소 취소를 요청했지만 받아들여지지 않았습니다.
[정윤석/다큐멘터리 감독 : "(제가) 가깝게는 세월호 이태원 참사까지 계속 어쨌든 광장에서 벌어지는 일들을 계속 촬영해 왔기 때문에…."]
박찬욱 감독을 비롯한 영화, 예술인 등 만여 명도 무죄 탄원서를 내 힘을 보탰습니다.
[정윤석/다큐멘터리 감독 : "헌법에도 예술의 자유와 언론의 자유는 같은 조항에 있습니다."]
그리고 7개월, 법원은 오늘 재판에서 실형을 선고받은 다른 피고인들과 달리, 정 씨에게만 벌금 2백만 원을 선고했습니다.
재판부는 정 씨가 다른 집회 참가자들과 떨어져 촬영만 했을 뿐 위력적인 행동을 하지 않았다"고 판단했습니다.
다만 침입 행위 없이도 영상을 찍을 수 있었고, 수단이나 방법이 상당한지도 따져봐야 한다고 했습니다.
정 씨는 오늘 선고에 대해 행위의 목적을 배제하고 행위로만 판단한 아쉬운 판결이라고 밝혔습니다.
KBS 뉴스 문예슬입니다.
촬영기자:하정현 이상훈/영상편집:양다운/영상제공:정윤석/그래픽:유건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