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앵커]
일제강점기, 일본식 이름을 강요받던 창씨 개명 또한 슬픈 역사의 잔잽니다.
사람 이름만 개명된게 아닙니다.
우리 산야의 수많은 풀ㆍ꽃ㆍ나무에까지 영향을 미쳤습니다.
광복 80주년 국립수목원의 의미있는 여정이 시작됐습니다.
이세흠 기잡니다.
[리포트]
우리나라 최초의 식물분류학자, 하은 정태현 선생.
구한말부터 해방 이후까지 한반도 전역에서 수천 점의 식물 표본을 채집하고, 첫 한글 식물도감을 편찬했습니다.
선생이 발견했던 신종 식물 '민생열귀나무'입니다.
그런데 학명에 일본식 이름이 적혀있습니다.
선생이 일제강점기 창씨개명으로 '가와모토 다이겐'이라는 이름을 써야 했기 때문입니다.
이 때문에 선생이 발견한 신종 식물 상당수는 오랜 시간 일본 학자의 업적으로 여겨져 왔습니다.
[장계선/국립수목원 연구관 : "일본어 성함이 있고 밑에 보시면 정태현이라고 다시 우리말 이름을 적어놔서 가와모토 다이겐이 정태현 선생님이라는 그 증거를 제시해 주는…"]
국립수목원이 광복 80주년을 맞아 선생이 발견한 신종 식물의 이름 되찾기에 나섰습니다.
민생열귀나무의 경우 학명에 선생의 우리말 이름을 담은 데 이어, 국제적으로 공인도 받았습니다.
[임영석/국립수목원장 : "위원님들 전원 만장일치로 학명을 바꾸는 것에 동의해 주셨고요. (국제 식물명 색인) 사이트에 학명이 바뀐 과정과 그것이 국제식물 명명규약에 의해서 합리적이라는 것을 입증(했습니다)."]
국립수목원은 자료가 축적되는 대로 추가로 학명 변경에 나설 예정입니다.
또, 일제강점기에 해외로 반출됐던 한반도 자생식물 15종을 한 세기 만에 되찾아오는 등 우리 식물 되찾기에 나서고 있습니다.
KBS 뉴스 이세흠입니다.
촬영기자:안민식/영상편집:이진이/영상제공:국립수목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