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장추적] 청소업체, 이름만 바꿔 또 낙찰

입력 2007.03.07 (22:2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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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앵커 멘트>

주민평가에서 낙제점을 받아 재계약에서 탈락했던 한 청소대행업체가 곧바로 구청이 실시한 공개입찰에서는 계약을 따냈습니다. 어떻게 이런 일이 가능했을까요?

이호을 기자가 취재했습니다.

<리포트>

서울 강북구에서 쓰레기를 수거하는 업체입니다.

기존 업체가 주민 만족도 평가에서 기준 점수인 70점에 못미치자, 구청이 재계약을 취소하고 경쟁입찰을 거쳐 재선정한 업체입니다.

그런데 이름만 다를 뿐 두 회사의 주소지가 같습니다.

새 업체 사장은 기존 업체의 부장이었고, 이사는 기존 업체의 사장이 자리만 바꿨습니다.

물론 실제 사장은 등기부등본과 달리 기존 업체의 사장이 그대로 맡고 있는 사실상 같은 회사입니다.

<인터뷰> 정OO((주)OO환경 사장) : (정 사장님 맞으시죠?) "맞습니다. 등기부 등본 상에는 이사로 돼 있고 경영은 제가 하고 있죠."

강북구에서 10년 넘게 청소대행업을 한 이 업체는 계약이 해지되자 서류상의 회사만 만든 뒤 입찰에 다시 참여했습니다.

그리고 구청은 점수가 가장 높다며, 그 업체를 청소 대행업체로 선정한 겁니다.

<인터뷰> 김OO(당시 입찰 참가업체) : "업체는 그대로고 주소도 똑같고 전화번호도 똑같고 그러니까 눈 가리고 아웅 아니겠습니까"

문제는 이 업체가 청소 불량과 무단 주차등으로 다른 업체보다 6배나 많은 시정 지시를 받았을 만큼 말썽을 일으켰다는 점입니다.

그렇다면 구청은 같은 회사라는 사실을 몰랐을까?

<인터뷰> 강북구청 청소행정과 관계자 : "분명히 다른 회사라고 알고 있습니다."

그러나 지난달 구 의회에 출석한 담당공무원은 두 업체가 이름만 바뀐 회사라는 사실을 시인했던 것으로 확인됐습니다.

심지어 의회에서 해당 업체를 두둔하는 발언까지 해 업체와 유착 의혹을 낳고 있습니다.

구청 측은 문제를 일으킨 청소업체를 재선정하는데 그치지 않고 종량제 봉투값 인상까지 추진하고 나서 지나친 업체 편의 봐주기가 아니냐는 지적이 일고 있습니다.

강북구의 종량제 봉투값은 5리터 짜리가 100원으로 서초구와 강남구 보다 높은데도, 평균 27% 값을 올리는 조례안이 구 의회에 올라가 있습니다.

주민을 위해야 할 구청이 주민으로 부터 쫓아난 문제 업체와 다시 계약한 뒤 수익까지 신경써 주는 이상한 입찰 결과입니다.

현장추적 이호을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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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현장추적] 청소업체, 이름만 바꿔 또 낙찰
    • 입력 2007-03-07 21:33:31
    뉴스 9
<앵커 멘트> 주민평가에서 낙제점을 받아 재계약에서 탈락했던 한 청소대행업체가 곧바로 구청이 실시한 공개입찰에서는 계약을 따냈습니다. 어떻게 이런 일이 가능했을까요? 이호을 기자가 취재했습니다. <리포트> 서울 강북구에서 쓰레기를 수거하는 업체입니다. 기존 업체가 주민 만족도 평가에서 기준 점수인 70점에 못미치자, 구청이 재계약을 취소하고 경쟁입찰을 거쳐 재선정한 업체입니다. 그런데 이름만 다를 뿐 두 회사의 주소지가 같습니다. 새 업체 사장은 기존 업체의 부장이었고, 이사는 기존 업체의 사장이 자리만 바꿨습니다. 물론 실제 사장은 등기부등본과 달리 기존 업체의 사장이 그대로 맡고 있는 사실상 같은 회사입니다. <인터뷰> 정OO((주)OO환경 사장) : (정 사장님 맞으시죠?) "맞습니다. 등기부 등본 상에는 이사로 돼 있고 경영은 제가 하고 있죠." 강북구에서 10년 넘게 청소대행업을 한 이 업체는 계약이 해지되자 서류상의 회사만 만든 뒤 입찰에 다시 참여했습니다. 그리고 구청은 점수가 가장 높다며, 그 업체를 청소 대행업체로 선정한 겁니다. <인터뷰> 김OO(당시 입찰 참가업체) : "업체는 그대로고 주소도 똑같고 전화번호도 똑같고 그러니까 눈 가리고 아웅 아니겠습니까" 문제는 이 업체가 청소 불량과 무단 주차등으로 다른 업체보다 6배나 많은 시정 지시를 받았을 만큼 말썽을 일으켰다는 점입니다. 그렇다면 구청은 같은 회사라는 사실을 몰랐을까? <인터뷰> 강북구청 청소행정과 관계자 : "분명히 다른 회사라고 알고 있습니다." 그러나 지난달 구 의회에 출석한 담당공무원은 두 업체가 이름만 바뀐 회사라는 사실을 시인했던 것으로 확인됐습니다. 심지어 의회에서 해당 업체를 두둔하는 발언까지 해 업체와 유착 의혹을 낳고 있습니다. 구청 측은 문제를 일으킨 청소업체를 재선정하는데 그치지 않고 종량제 봉투값 인상까지 추진하고 나서 지나친 업체 편의 봐주기가 아니냐는 지적이 일고 있습니다. 강북구의 종량제 봉투값은 5리터 짜리가 100원으로 서초구와 강남구 보다 높은데도, 평균 27% 값을 올리는 조례안이 구 의회에 올라가 있습니다. 주민을 위해야 할 구청이 주민으로 부터 쫓아난 문제 업체와 다시 계약한 뒤 수익까지 신경써 주는 이상한 입찰 결과입니다. 현장추적 이호을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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